점과 점을 이은 선은 실제로 눈에 보이는 어떤 형태만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그 지점에서도 존재한다. 아주 심플하게 누군가를 안다, 혹은 모른다로 나누어지는 선을 넘어서기란 사실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서로의 얼굴을 보고, 이름을 묻고, 그 존재가 있다는 사실로 그 사람을 알게 되면서 이미 앎과 모름을 가로지르는 선은 훌쩍 넘어버린 것이다. 아는 사람을 모르는 사람으로 되돌리는 일은 아마도 불가능하지 않을까. 문제는 앎의 선을 어느 영역까지 확장하느냐에 달려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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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사십여년을 살아오며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졌는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지만 누군가를 떠올릴 때의 그 기억이 강렬하다면 아마도 그 사람은 내 안에 깊고 진한 선을 남긴 사람이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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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 선이 눈으로 보인다면 어떨까? 나라는 존재를 중심으로 엄청나게 많은 선들이 아주 다양한 두께와 길이로, 더 나아가 다채로운 빛깔로 선을 드러낸다면 아마도 지금보다 관계는 조금 더 깔끔해질 테지만 반면에 그 선의 두께와 길이, 그리고 빛깔의 변해가는 모습을 눈으로 보게 된다면 슬픔도 그만큼 선명하게 증폭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