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진 길

홀로 여행.

by 어진


지난 가을 홀로 캘리포니아 여행을 다녀왔다. LA에 사는 형도, 조카들도 보고 싶었지만 늘 '캘리포니아는 영혼의 고향' 이라고 외쳐댔던 나 자신을 만나고 싶어서 무리하게 감행했다.


카메라 3대를 들쳐 메고 오로지 한 일이라곤 광야의 길을 자동차로 달리는 것. 가고 싶은 곳을 가고, 보고 싶은 것을 보며, 머물고 싶은 곳에서 머물면서 생존을 위한 아주 최소한의 에너지를 쓰는 것 외에 특별히 다른 일은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자연스레 눈에 보이는 풍경 - 주로 길 - 과 노을은 사진으로 담기 위해 노력했고, 그 자연스러운 행위들로 외로움이나 그리움의 감정들을 메울 수 있었다. 영어를 제대로 하지 못하기에 거의 반 강제적으로 말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었지만 이렇게 침묵해야만 하는 현실이 꽤 나쁘지 않았던 건 아무래도 평소에 많은 이들을 만나서 너무 많은 말들을 쏟아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누군가를 향한 필요 이상의 친절도, 어색한 웃음도, 미움이나 불평도 사라진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마치 영화 '마션'의 주인공인 멧 데이먼처럼 어딘가를 향해 계속 달리고 또 달리기만 했다.


당연한 이야기일 테지만 나는 늘 어느 길 위에 있었고, 그 길은 내가 이전에 가보지 못했던 새로운 곳으로 나를 데려다줬다. 데스밸리에서 밤새 달려 도착한 세도나 근처의 어느 주유소. 그곳에서 쪽잠을 자다가 너무 추워서 덜덜 깨며 일어나 커피 한잔으로 몸을 녹이던 일이 지금도 생생하다. 다시 하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그럼에도 다시 도전해보고 싶은 일. 홀로 여행.



Nikon FM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