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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우 Dec 08. 2023

강제

ironic

너무 많은 여유도 누리기 힘들다. 수능이 끝나기 전까지는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싶었고 할 일들도 많이 계획해 놓았다. 하지만 진짜 수능 후를 직면하니 너무 큰 여유가 한 번에 닥쳐왔다. 나한테 아무도 강제하지 않고 그 무엇도 강제되지 않는다. 강제성이 없으니까 딱히 무언가를 할 이유가 없어진 건가. 난 다이어리에 하루 할 일을 적어놓고 처리하는 편이다. 그리고 그게 내 삶의 원동력이자 살아가는 이유가 되었다. 하지만 이젠 할 일을 적어놔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그래서 요즈음은 딱히 절실하게 오늘은 이걸 끝내야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진실된 행복은 고통 속에서 피어나는 법인 건가, 여유도 바쁨 속에서 누려야 진정한 여유인 걸까. 참 많은 걸 깨닫는다기 보단 느끼게 된다. 요즘 나의 다이어리를 주로 채우는 건 독서, 운동.. 이런 자기 계발과 관련된 것들이다. 계속하고 있긴 하지만 공부만큼 열정적으로 해서 스스로 보람찬 느낌이 전혀 없다. 역설적이게도 오히려 공부할 때가 더 마음이 편했던 것 같다. 물론 더 행복한 건 지금이 맞겠다. 그래도 마음이 불편하다는 건 꽤나 많은 걸 좌우하는 것 같다.


독서를 위해 구입한 유명한 자기 계발서 두 권. 데일 카네기의 자기 관리론과 인간관계론. 탐독했다. 사실 자기 관리론은 훌륭한 책인 것 같다. 그 책에선 이렇게 나처럼 여유가 차고 넘쳐서 행복에 대해 생각하며 스스로의 행복을 갉아먹는 행위에 대해, 생각할 틈도 없이 바쁘게 사는 것이 치료법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을 요약하자면 현실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이것 또한 백번 천 번 맞는 말이다. 오늘을 살아야 된다. 우리가 미래에 뭘 하고 있을지 어떤 일이 일어나서 우리 인생을 바꿔 놓을지, 또 어떤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서 던진 말에 우리의 선택이 바뀔지 정말 아무도 모른다. 아무도. 신이 있다면 신만 알 것이다. 그런데 미래에 대한 고민? 고민과 생각을 통한 대략적인 계획은 좋다. 다만 과도한 건 필요가 없고 오히려 독이다. 아무 소용도 없고. 그냥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모두들 이런 판단대로 실행하는 것이 쉽지 않으니 저런 책들이 잘 팔리는 것이고 모두가 고난을 겪는 법이겠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강제.

강제라는 것이 참 아이러니 하다. 역사적으로 바라봐도 인간은 계속적으로 자유를 외쳐왔다. 다양한 식민지들의 독립, 노예 해방, 소수자 권리 운동 등 조금만 생각해 보아도 즐비하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스스로 사유하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자유라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자유가 진짜 찾아왔을 때 어떻게 현명하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지는 것 같다. 비록 지금은 수능이라는 작은 이벤트 뒤에 찾아오는 시기에 자유를 빗대어 보았지만, 또 관점을 좀 더 넓혀서 생각해 보면 독립 이후, 과도기에 들어선 식민지의 상황이라고 해석해 볼 수도 있겠다. 과연 어떤 선택을 통해 국가가 더 발전하고 굳건하게 나아갈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나도 지금 어떤 선택을 해야 앞으로의 내 운명이 바라는 대로 개척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해보는 12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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