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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스토어의 점장 일기

by 뭉클

책 <1페이지 마케팅 플랜>과 <D&DEPARTMENT디앤디파트먼트에서 배운다, 사람들이 모여드는 전하는 가게 만드는 법>을 읽고 나서 앞으로 3~5년간의 계획을 세워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 1페이지로.




책을 골라준다는 건

시간이 남아서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행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큐레이션이란

마케팅이고 세일즈고

결국 독자의 손에 딱 맞는 책을 골라

손에 쥐어주는 일이다.



지난 1년의 경험을 통해 깨달은 바이다.

수많은 환상과 착각이 깨졌고 본질과 초심으로 돌아왔다.



책을 파는 일을 넘어서

아이디어와 이야기를 파는 일이었다.



책 구매비용이 개인의 주머니에서 나오는지, 정부 지자체의 예산에서 나오는지가 마케팅과 세일즈의 포인트는 아니다. 다만 누군가에게 가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 생애 가치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딱 맞는 책을 누군가 골라주기를

딱 맞는 책을 누군가에게 골라줄 수 있기를

책을 대신 읽어주기를

좋은 문장을 들려주기를



언제나 사양산업의 맨 앞자리에 있는 책 생태계에서

텍스트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독서인구의 20%에 해당한다.

읽는 사람은 더욱더 읽기를 갈망하는 법이니까.



그것은 읽기의 마력으로

시간을 쪼개서 읽고

쓰기 위해 읽고

심심해서 읽고

힘들어서 읽고

그냥 재밌어서 읽고

이유는 많으니까.



일단 신나서 책 얘기하는 일을 잘하고 싶은 것도

읽는 사람들 특유의 소망일지도 모른다.

(모두에게 해당되는지는 모르지만)





책은 언제나 시간과 공간을 극복하고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

그게 늘 내 곁에 있는 오래된 남친 같은 것이어서

더 이상 대단해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공감할 수 없어..)



가끔씩 그가 몹시 소중해지는 것은 이상하지 않고.



서울대 추천도서라도

시간을 이겨낸 고전이라도

다들 좋다고 하는 베스트셀러여도

제 아무리 문장이 수려해

독자의 마음을 뒤흔드는 역작이어도



독자 개인의 삶을 깨부수고 새로 지어주지 못하면

대부분의 독자에게는 책은 '바빠서 못 읽는 것'이다.



유영만 교수는 바빠서 책을 못 읽는 게 아니라

책을 안 읽어서 쓸데없는 일들로 바빠지는 것이라고 얘기했는데



나는 그 지점에서 독서 혹은 책 읽기라는 말이

어떤 멋진 아이디어나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들어가는 지점에서 우리를 어설프게 막고 있는 것 아닐까.



그 물성이 우리를 매혹하기도 하지만

부담스럽게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이 또한 공감할 수 없어..)




작년 한 해를 톺아보면 몇 가지 주요한 질문이 떠오르는데

그중 하나는 '책은 정말로 삶을 바꾸는가?'였다.



이를 테면,

독서를 통해 인간관계를 해결할 수 있는가?

정말로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원하는 부를 축적할 수 있는가?

내 삶은, 정말, 나아질 수 있는가?

와 같은 질문들.



추적하고 측정할 수 있으며

신속하게 반응하는 것만이 책의 제1의 가치는 아니지만

큐레이션에서 신속한 효과를 무시할 수 없었고,

분명 중요하고 의미 있는 지점이었다.



각 장르에 맞게 수다스럽게 읽혀야 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다스리고 점검하고 돌아보고 상상하고 통찰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도

독서에 포함된다.



더 나아지고 있을까? 물론이다. 제대로 읽고 있기만 하다면.



지역의 개성을 전국공통의 감각으로 전한다.



나는 이 문장을 몇 번이고 읽었지만 동네 책방이란 지역색을 기분 좋게 드러내야 한다는 말로 읽혔다.






단순히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려는 것이 아니다. 알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만 알리면 된다.



이 문장에선 작년의 무모함이 떠올라 속이 쓰렸지만, 그래도 왠지 모르게 위안이 되기도 했다.



매년의 활동을 기록으로 '확실히' 남긴다면 읽는 사람, 읽히는 사람, 읽으며 읽히는 사람의 경험과 생애가치는 더불어 같이 불어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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