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키, 체형, 체질 등에 대한 고려나 언급 없이 오직 '살 빼는 법', 'OOkg 감량 비법', '이러면 망합니다.''절대 OO 하지 마세요.' '이거면 끝납니다.' 등등의 자극적인 문구들은 우리 감각의 성에 줄기차게 문을 두드린다.
한 때는 닭가슴살, 방울토마토에 달걀 흰 자만 먹으며 단백질에 집착하더니 저탄고지 식단이 유행하면서 지방이 뜨니 오트밀, 또띠아에 땅콩버터, 견과류 그리고 툭하면 등장하는 그릭 요거트. 디저트만큼 식재료도 유행을 탄다. 뭐, 다이어트는 괴로운 일이니까 재미를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을 비난하려는 건 아니다.
그래도 요즘은 인슐린, 렙틴, 그렐린 같은 호르몬, 수면, 유지 가능한 식단 등 다채로운 고급 정보도 풍부하다. 다이어터도 더 똑똑하고 현명해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 많은 정보들에 압도되지 않고 내게 맞는 정보를 골라내는 역량이다. 좋은 정보도 과식, 폭식하면 체한다.
이런저런 공부를 해가며 내 몸에 맞는 식단과 습관이 뭘지 찾아가던 중에 하루 두 끼 다이어트를 시작했고 1주일이 지났다. (흔히들, 간헐적 단식이라고 한다.) 아침, 점심을 잘 챙겨 먹고 저녁 공복을 유지하는 건데 여기에 달리기 30분~1시간을 하는 패턴이다. (아직 근력 운동은 시작 못했지만 곧 해야겠지.)
2-30대의 다이어트와 달라진 게 2가지 있는데,
1. '언제든 다시' 뺄 수는 없게 되었다.
(뺄 순 있겠지만... 힘들다.)
2. '언제든 다시 빼야 하는' 다이어트는 하지 말자.
나에겐 '적절'에 대한 감각이 필요했다. 한국은 분명 많이 먹고 있다. 생각보다 더 많이 먹고 있다. 특히, 서구식 식단에 한식만큼 익숙한 한국인은 동양인의 몸이 감당할 수 없는 음식을 먹고 있다. 먹는 것에 진심인 우리 민족은 속담에도 먹는 얘기가 가득하고 안부 인사로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묻는다. 끝없는 먹방과 레시피에 시달리고 지나치게 먹는 사람들에게 환호하거나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정작 얼마나 먹는 게 '적절'하고 '충분'한지 알 수 없다.
그건 다이어트와 감정적 폭식을 오가면서는 배울 수 없는 감각이다. 오리지널 도넛과 소금빵으로도 모자라 느끼한 크림과 버터를 누군가와 대결하듯 빵피보다 더 채워 넣은 크림 도넛이나 앙버터 소금빵에 익숙해지면 느낄 수 없는 감각이다. 그릭요거트는 살 안 찌니까(?) 견과류와 바나나와 시리얼을 잔뜩 넣거나, 건강식 재료에 마요네즈나 자극적인 소스를 넣고 정신승리하는 식으로는 놓치는 감각이다.
나도 이 감각을 대단히 잘 깨우쳐서 이 글을 쓰고 있는 건 아니다. 두 끼만 먹으며 운동하는 것 또한 익숙해지거나, 피부가 맑아지고, 뱃속이 편한 것과는 별개로 동기와 의지는 여전히 필요하다.
다만 나는 '이 감각'을 찾아야 한다고 느꼈고 한국인 특유의 배고픔에 대한 과민 반응이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소식이 더 익숙한 사람은 이 대목에서 공감을 못할 수도 있겠다)
기간을 정했다기보단 일단 해보자 하고 시작해서 어느덧 일주일이 되니 적응이 좀 된 것인데 여전히 느끼는 건 '그간 잘 먹긴 했다'와 '여전히 적당히에 대한 감각은 오리무중.' 그래도 이전의 다이어트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나는 끊임없이 되묻는다. 오늘 먹은 만큼 (적게) 내일도 먹을 수 있는지. 뭘 먹든 운동은 어쨌든 해야 하는 거라는 사실도 받아들인다.
지속 가능한 식단과 운동에서 적당함은 오직 본인만이 시간을 들여 체감해야 할 몫이지만 솔깃한 정보들도 목표 없이는 잡음일 뿐이다.
오트밀을 가끔 먹지만 오트밀 '가루'는 먹지 않고 과일도 별로 즐기지 않는다. 혈당 스파이크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어설프게 융통성을 발휘하다 제 꾀에 제가 넘어가는 식단에는 관심을 끊는다. 단순하게 살고 싶으니까. 여전히 치킨, 피자, 빵이 한식보다 좋은 사람이지만 더 이상 스스로를 빵순이라고 칭하지도 'OO은 못 참지'라는 말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말이 생각을 만드니까.
'맛있는 건 0칼로리'라는 어록을 만든 최화정 마저도 다이어트 레시피로 다시 화제가 되지 않나? 오늘은 어제의 결과이고, 내일을 위한 과정 아닌가? 입에 쓴 건 약이고 맛있는 건 살이 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