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에 비춰 읽는 마음

CATR 도전기

by 뭉클


내 몸을 흘러가는 대로 툭 하고 놓아버리세요.

저항하지 않고 버티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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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내가 평생 경외해 온 상태.

애쓰고 매달리고 저항하며

한 번도 제대로 가본 적 없을 그곳.


-


타로 마스터가 되겠다고 건방을 떨며 소심하게 지인들에게만 정규 CATR(타로 리딩 자격 인증 시험 1단계)를 준비 중이라고 했을 때 반응은 대충 이랬다.


- 쌤, 생각도 못한 전개네요. (하지만 전 타로점 하나도 안 맞던데요.)


- 초자연적인 걸 꽤 믿으시나 봐요.


배우는 게 삶의 기쁨인 사람이고 곁에 맞춤형 스승이 있는 걸 축복으로 여기는지라 타로 리딩은 내 수많은 배움의 한 좌표점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이 배움의 미래도 알 수 없다. (추후의 선택에 따라 달라질 테고, 그 선택에 영향을 줄 모든 변수를 사랑한다. 아니, 그러기로 했다.)


다만, 애초부터 타로리딩 자격증을 따서 수익을 내려는 건 아니고 집단 상담을 위한 기초 역량을 키우고 싶어서였다. (물론, 선생님은 타로리딩이 질문자-내담자 모두에게 진지하고 소진되지 않는 작업이 되려면 일정 부분 보수를 받으라고는 했다.) 예전부터 배우고 싶었기 때문에 시작했을 뿐 대단히 숭고한 철학은 없지만 적어도 이런 생각으로 시작했다:


내 영적인 능력으로 네 미래를 맞춰보겠다. 뿅~(X)

원하는 미래를 위해 네가 뭘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같이 찾아보자.(O)


언어 외의 소통, 다양하고 창의적인 해석을 원했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마침 시워크숍 덕분에 문학소녀 시절부터 품어온 시에 대한 애정이 다시 타오르면서 상징체계나 시각적 이미지를 활용한 문학 상담에도 덩달아 관심이 생기도 했고.


메이저 아르카나 22장과 마이너 아르카나 56장, 총 78장의 카드를 알아가는 과정이 재밌어서 영상도 찾아보고 책도 두 어권 사 읽었다. 영적인 능력이 아니라, 상담도구로서의 타로학은 흥미로웠다. 카드의 상징체계를 꼼꼼히 살펴보고 무의식이 의식으로 떠오르도록 돕는 해석과정을 연습했다.


어떤 책에선 매일 저녁에 타로 카드를 한 장 뽑아 타로 일기를 써 보라고 했다. 해석 연습도 할 겸. 하지만 내게 CATR을 가르쳐주는 칼리쌤은 거기엔 명상적인 요소가 있고, 자신은 이번에 Yes 리딩과 궁합을 가르친다고 했다. 내일 자신의 루틴(운동, 기상 및 출근, 아침식사 등)이 계획대로 될지 묻거나, 내담자의 입장과 상황에 따라 적절한 카드 해석을 내놓는 연습을 하는 식이었다. 남녀 관계뿐 아니라 직장 상사나 지인과의 관계성도 들여다볼 수도 있었다. 물론 그건 수업의 극히 일부이지만 말이다.


불타오르던 5월, 시들했던 6월 초를 지나 배우는 내용도 다소 복잡해졌고 이걸 왜 시작했는지 다시 묻게 되는 시점이 찾아왔다. 시험을 일주일 남겨두고 맞닥뜨린 당황스러운 상황.


처음 시작했던 이유를 떠올린다. 다시, 노트를 펴고 시험 일정과 범위를 체크하고 합격 통지일도 함께 적는다. 돌아오는 일요일에 시험을 본다. 시험이 끝나고 소감을 적는 날을 기대한다.


올해의 반이 책의 반쪽처럼 착- 접히는 그 지점에서 마음을 읽는 뭉클로서 첫 단계를 밟는다. 다시 설레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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