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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nxiety*

by 뭉클


시워크숍이 끝나고 연재 두 개를 마치고 나니 후련함보다 헛헛함이 컸다. 나는 바쁜 일정에 허덕이면서도 순간순간 즐거웠던 것이다. 그보다 훨씬 전인 1월 겨울방학에 아이들과 뭉클북클럽 워크북을 진행했고 최근엔 질문 만들기 수행평가까지 마무리했다.


어쩌면 상반기가 어느 누군가의 한 해보다 바쁘고 알차고 고독하고 버겁고 기쁘고 신나고 설렜지만 이 모든 게 끝난 것이다. 요 며칠 헛헛하고 허전했다. 번외로 잘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막말과 악플까지 경험했다. 나는 거의 카스텔라 유령 같았다.


"선생님, 저희 이번 방학 때도 저번에 했던 그거 해요?"


지난겨울 같이 공부했던 특강반 아이들 몇 명이 와서 물었다.


여기서 '그것'이란 내가 지난겨울에 자체 제작한 워크북을 말하는데 수업 후 아이들의 반응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딱 거기까지여서 '역시 나만 또 진심이었나? 뭐, 바라고 한 건 아니었지.' 하면서도 '왜 늘 시키지도 않은 일을 굳이 하고 아쉬워하는 걸까?'라는 의문을 갖던 차였다.


동기 부여가 되었다는 말에 기뻤다. 상반기를 끝으로 올해의 즐거움도 끝나는 걸까, 생각하던 중에 나는 한 줄기 빛이라도 본 사람처럼 단순하게 행복감에 젖었다.


오트밀죽으로 가득한 내 몸뚱이를 이끌고 아열대 기후의 밤거리를 걷다 생각한다.


이게 맞는 걸까?

아주 큰 불안은 아주 큰 안정을 갈망하게 되는 걸까?

안정을 찾으면 그만큼 에너지를 잃는 걸까?

일정 정도의 불안은 에너지인 걸까?

그게 맞다면 불안은 없애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줄여야 하는 것 아닐까?

줄이는 것과 조절하는 것은 다를까?

불안을 조절한다는 것은 실제로 가능한 개념인가?


답이야 어찌 되었든 내 불안이 삶의 에너지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동한다.








*불안 외에, 짜증이나 스트레스는 여전히 유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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