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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나쁜 것을 쓰기, 도착하지 않기, 세계에서 나오기

7월 책 Q(글쓰기/기획 분야) 두 번째 이야기

by 뭉클


지난 글에서 소개한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가 쓰는 사람의 마음을 잔뜩 불려놓았다면, 이번 책은 읽고 쓰며 매일매일 죽고 다시 태어나는 사람들을 울립니다.


'누가 나를 죽이는가? 나는 어느 살인자에게 나를 내맡기고 있는가?' 모든 위대한 글은 이 질문에 사로잡힌 포로입니다. 32


글쓰기 사다리의 세 칸 그러니까 망자의 학교, 꿈의 학교, 뿌리의 학교를 하나씩 오르다 보면 삶에서 풀리지 않던 수수께끼들이 하나씩 풀립니다.


망자의 학교에 가면:

왜 소설이 잘 써지지 않는지, 왜 그렇게 읽고 쓰는 일을 갈망하는지, 창작의 어떤 단계에서 더 이상 진전이 없는 이유는 무엇인지, 우리는 어떤 것을 가장 불안하고 공포스러워하며 그 사실을 고백하기를 거부하는지에 대해서도 알게 됩니다.


글과 예술, 삶과 창작, 성차 sexual difference의 우화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아직 써나가야 할 이야기가 많아요. 다만 모르거나 보이지 않거나 생각하지 않거나 이해하려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프란츠 카프카, 잉에보르크 바흐만,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작품을 좋아한다면 틀림없이 이 책을 사랑하게 될 것이고, 삶의 해상도는 올라갈 거라고 확신해요.


죽고자 하는 욕망은 알고자 하는 욕망입니다. 사라지고자 하는 욕망이 아니고, 자살이 아닙니다. 향유하고자 하는 욕망입니다. 66


죽은 이와 죽어가는 이가 사는 이 다른 세상에 접근하기가 어렵다면, 꿈의 학교, 뿌리의 학교는 어떤가요? 시작하되 도착하지 않는 것이 목표라면 꿈의 학교, 세계의 '청결'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뿌리의 학교를 추천합니다.


하지만 결국엔 세 곳에 다 가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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