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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Q 토크쇼에 미리 답하기

by 뭉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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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1일 토요일 저녁 7시, 전주 동네 책방 '잘 익은 언어들'에서 책 Q 토크쇼가 열린다. 12명의 책 Q 큐레이터를 한 자리에 모으는 대표님의 기획력에 감탄 또 감탄. 일정표에 대본까지 보내주셨고 우리에겐 몇 가지 공통 질문과 개별 질문이 주어졌다. 내 몫의 질문에 답할 일만 남았고. 뭐, 이대로 말하게 될진 모르겠지만 질문 자체는 좀 나누고 싶어서 여기에 기록해 둔다. 언제든 스스로에게 다시 묻게 될 질문이지 않을까?



* 북큐레이션 영역 / 슬로건 / 이름 소개

- 안녕하세요. 글쓰기/기획 분야를 맡고 있는 손민정입니다. 낯섦은 나의 국적이란 슬로건을 바탕으로 책을 고르고 있어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1. 나는 책을 왜 읽는가.

제대로 보고, 새롭게 보기 위해서입니다.


2. 나는 인생의 어느 때 가장 책을 많이 읽었는가.

가장 안 풀리던 시기. 지금 생각해도 정말 답이 없던 시기.


3. 책이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오락이요. 쾌락과 소락 사이에 오락이 있다고 느껴요. 든든한 오락이고, 눈물콧물 다 빼다 깔깔대고 웃는 오락이고, 세상과 연결된 음소거 오락이고, 옷깃이 닿는 모든 인연들에게서 사람책을 발견하는 오락이고, 가장 가깝지만 아는데 가장 오래 걸리는 나를 찾는 오락입니다.

요즘 받는 선물은 글쓰기의 글감입니다. 브런치에 <모르는 것을 쓰기>, <뭉클한 시선>이라는 제목의 매거진에 글을 쓰고 있는데 글쓰기의 땔감을 제공합니다. 어떤 학생이 책 속에 행복이 있냐고 물어본 적이 있는데 책 속에 행복은 없지만 행복(나)를 찾는 힘, 삶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힘을 주는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4. 반대로 책과 가장 멀어졌을 때는 언제였나요?

책은 반짝거리는데 작가가 썩었다는 걸 알았을 때.


5. 하루 중 가장 책 읽기 좋은 시간은 언제인가요? /

6. 나에게 책 읽기 가장 좋은 장소는?

내게 10분이 주어진다면 가방 속에 챙겨둔 책을 꺼낼 타이밍이에요. 그때 내가 있는 곳이 책 읽기 좋은 장소이고요. 가끔은 시간과 장소를 따로 내어 책을 읽는다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려운 일이라 느껴요.


7. 한 달에 책에 투자하는 비용은?

30~50만 원까지 썼던 때가 있지만, 요즘은 도서관을 이용하다 소장하고 싶은 책이 생기면 구입해요. 그래도 10~20만 원 정도는 쓰게 되는 것 같아요.


8. 요즘 사람들이 왜 책을 읽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가?

지식의 소유보다 지식을 경험하고 싶어 하는 세대고 시대니까. 폭발하는 텍스트를 내 입맛에 맞게 골라내는 일은 품이 드는 일이고, 경험하면서도 충분히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결정적인 계기가 없다면 구태여 텍스트를 최우선에 두지 않으리라 조심스럽게 짐작해 봅니다. 결코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모른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9. 책을 싫어하는 사람들, 읽지 않는 사람에게 한 마디.

일단 잘 읽히는 텍스트라면 뭐든 시도해 보길 바랍니다. 옷도 많이 입어본 사람이 본인에게 잘 어울리는 옷을 고르기 마련이잖아요. 그런 과정이 없으면 추천도서나 남들이 좋다는 책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예요. 토크쇼 초반에 책은 제대로, 새롭게 보게 해준다고 했는데 우리는 자신의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한 존재이기 때문에 몰랐다는 걸 알게 되기 전까지는 그 사실을 몰라요. 책은 언 땅을 도끼로 깨부수듯 그걸 알려줘요. 잃어버렸거나 보지 못했던 것들을요.


10. 책 읽을 시간이 없어서 못 읽는다는 사람들에게 해줄 말

시간이 없다기보단 우선순위에서 밀린 거겠죠. 중요하지만 급하진 않다고. 책은 느린 텍스트여서 가치 있고 느린 텍스트라서 언제나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요. 하지만 느린 텍스트는 독자의 시간과 읽는 경험이 축적될 때 비로소 그 빛을 발한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같이 읽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는 걸 추천해요.


11. 요즘 가장 추천하고 싶은 책 1순위(모두 1권씩 가져오기, 추천)

시를 좋아하는데, 시집도 좋지만 시인이 쓴 에세이도 좋아해요. 문보영 시인의 <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 김소연 시인의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 고명재 시인의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을 추천합니다.


12. 짧지만 '잘 익은 언어들 책 Q'로 활동하는 일에 대한 소감 간단히.

잘 익은 언어들은 제가 가끔 잘못 발음하면 잘 읽은 언어들이라고 하는데요. 우리가 더 잘 읽을 수 있는 건 함께 할 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혼자 큐레이션을 해나가던 때보다 더 싱싱한 냉장고를 갖게 되어서 기쁩니다. 우리 함께 잘 읽어가요!


*공통질문 (1-2줄)

*내가 준비할 질문(시간상 12명의 책 Q 각자에게 특정 질문이 배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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