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의 달달한 디킨슨

시 초콜릿

by 뭉클


얼마 전 문학동네에선 070-8919-1203으로 전화하면 랜덤 시 한 편을 들려주는 이벤트를 했다. 낭송하고 그걸 누군가 듣는 것까지가 시구나. 시는 붉구나. 공감각적이다.


마침 나는 시 수업을 앞두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영미시 한 두 편쯤 알려주고 싶어서 시를 직접 고르고 질문도 따로 만들었다. 뒷 장엔 주요 표현법을 부록으로 실었다. 최근에 점심을 자주 같이 먹게 되면서 친해진 문학 선생님에게 융합 수업을 제안했고 흔쾌히 수락해 줬다. 좋은 수업은 좋은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믿는다. 그 '좋음'이란 철저히 나 중심의 주관적 기준이지만 첫 융합수업이니, 첫 시수업이니 나와 잘 맞는 사람과 수업을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내겐 이번 주에만 두 가지 시 수업이 있었다. 하나는 시 쓰기, 또 다른 하나는 시 콜라주 활동. 전자는 한글 시와 영시를 배우고 자신만의 사전시를 써보는 시간이고 후자는 시, 또 다른 시(다른 시인의 시나 밥 딜런의 노래 가사 까지도), 사진, 그림, 잡지 등에서 가져온 텍스트와 이미지를 결합해서 하나의 일관된 주제를 표현하는 콜라주 활동이다. 문학 선생님과는 전자의 수업을 함께 했다.


이 수업들에 관한 건 다음 글에서 좀 더 자세하게 기록해보려고 한다.


어쨌든 문학 수업을 초반에 배치하는 건 모국어로서 좀 더 깊고 와닿는 방식으로 시를 만날 수 있는 효용이 있었다. 그다음 내 시간엔 한글 사전시를 설명하면서 자연스럽게 영시로 넘어갔다. 영어 사전시를 쓴다면 운율 구조보다는 함축미 표현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으리라.


낭송하는

즐겨 듣는

옮겨 적는

시를 쓰는


이 과정을 위해 많은 자료를 긁어모으고

또 한참을 걸러냈다.


MZ 문학 선생님은 시를 쓰고도 시간이 남으면

스티커로 시 노트 꾸미기를 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어? 그래요? 전 시 초콜릿이요.

시 쓰고 끝, 이 아니고

주고 싶은 사람한테

초콜릿에 시를 한 편 적어서 선물로 주는 거 어때요?

스스로 지은 시니까 의미도 있고요.'


우린 그렇게 각자의 이벤트를 준비했다. 에밀리 디킨슨의 시 수업이 끝나고 나서 나는 여운이 남아 책을 덮지 못했고 아이들에게 추천받은 시 중에서 고르고 고른 시를 붙여 평소 고마웠던 동료들에게 건넸다. 에밀리 디킨슨의 시에 대한 공감을 나눴고 그 마음이 시초콜릿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이르게 한 것 아닐까.


이 달의 달달한 디킨슨이다.

시는 말 맛이 아니라 초콜릿 맛도 느끼게 해 준다. 축제 같은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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