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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우리는

시 콜라주 수업 노트

by 뭉클



영감은 어디선가 갑작스럽게


선생님, 이 책 읽어보실래요?


함께 융합 수업을 하기로 한 문학 선생님은 (내가 시수업을 제안하기 전) 토론수업을 해볼까 생각했지만 절판된 책이라 고민 중이었다며 이 책을 건넸다.


괜찮아, 우리는


하나도 괜찮아 보이지 않는 소년은 미래에서 왔으리라 추측했다. 단면이 잘려나간 고깃덩어리 같은 지구를 들고 있는 방독면 소년의 눈빛은 확인할 수 없지만 필시 원망이 깃들어 있을 것이고.



이 책 좀 읽어봐도 될까요?

그럼요. 빌려드릴게요.


이 책은 시의 주제와 운율 구조, 표현법을 넘어 관점 수업을 기획하는데 영향을 주었다. 우리의 시점으로는 '환경 보호' 외엔 말할 게 없지만, 우리를 포함한 그 밖의 관점으로 할 말이 더 많지 않을까.


시 콜라주


그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시콜라주. 시 콜라주는 다양한 출처(시, 사진, 그림, 가사, 기사 등등)에서 재료를 모아 결합해서 하나의 일관된 메시지를 표현하는 활동이다.




아이들에게 샘플을 여러 장 제공했다. A가 보낸 편지라는 콘셉트로 A는 미래 세대의 소년/소녀일 수도, 돌이나 버려진 아이팟일 수도 있다고 했다. 고양이나 나무가 될 수도. 텍스트는 최소 3-4줄은 포함하도록 하고 일관된 주제를 표현하도록 했다. 그 밖의 조건은 제약을 두지 않았다.


아이들은 에밀리 디킨슨과 메리 올리버를 배우는 내내 시종일관 진지했다. 시 콜라주 활동이 시작되자 재료에 대한 욕구를 드러냈다. 재료를 풍부하게 사용할수록 전달하고 싶은 주제와 이미지가 분명히 드러났다.



주제는 기후위기였지만 다른 주제도 허용했다. 아이들의 성향에 따라 어떤 콜라주는 화보나 편지 같았고 어떤 콜라주는 다큐나 캠페인 같았다.



패들렛에도 전시를 했다.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아이들은 관점을 이해하고 설정하는 것에 서툰 면을 보였지만 첫 시작이 정말 근사해서 우리들의 시콜라주 2탄도 진행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번에 참여한 학생에겐 연작 시리즈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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