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FOUR Fun*!

by 뭉클


요즘, 재미에 진심이다. 나는 재능 없이도 재물 없이도 어느 정도 살아가지만 재미없이는 살고 싶지 않다고 느낀다. 재미 연구를 시작하게 된 이유이다. 그건 암묵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우리 모두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겠지만.



#1 예열 에너지 그만! Do 'do nothing'

어떤 재미는 '하지 않음'으로써 생긴다. 일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월 말의 일을 월 초부터 고민하는 사람에게 재미란 무엇일까. 연락처 속 낯선 이름을 지우다 미처 지우지 못한 것들을 생각한다. 누군가 그랬다. 나이를 먹을수록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는다고. 그저 소리 없이 손절할 뿐. 너무 많은 걸 남겨뒀구나. 그게 지나간 사람의 이름이든, 갤러리 속 사진이든,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이든. 빈 수레가 요란하다. 그러나 시인은 내게 가벼움을 잊지 말라고 했다. 나 가벼운데. 엄청 가벼운데. 왜 가벼움을 자랑하지 못하고. 그새 무거움으로 치장을 했을까.


어떤 일을 하든 예열하는데 너무 많은 정신 에너지를 쓰면 정작 산출물을 낼 때쯤 연료가 부족해진다. 시작은 납량 특집인데 끝은 조촐한 장기자랑이 되면 좀 민망해진다. 시작은 미미하나 끝은 창대하리라는 말은 재미의 첫 번째 조건이다. 시동을 거는데 너무 많은 공을 들여서는 안 된다. 즐길 수 없는 일은 즐겁지 않다.




#2 돼지런한 밥토크: '멋진' 루틴과 '재밌는' 우리

짝꿍과 나는 참 많이 닮았다. 눈매가 닮았고 서로에게 의지하는 게 닮았고 그걸 맘에 들어하는 것도 닮았다. 누군가 다이어트나 운동을 시작하면 시간 차는 있을지라도 다른 누군가도 금세 합류한다. 둘 중 하나가 클린식이나 한 끼 단식에 들어가면 우리 사이의 온도는 사뭇 달라진다. 활기가 없어진달까.


최근 수술을 하고 나서 운동을 당분간 할 수 없게 되었고 짝꿍은 이런저런 이유로 연이어 야근을 했다. 우리는 며칠을 연이어 늦은 저녁을 같이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수시 상담 에피소드나 K-POP 추억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첫 대화를 누가 시작하냐에 따라 그 주제에서 무한대로 뻗어나갔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재미. 그동안 달리기를 하면서 재밌는 이야깃거리를 많이 만들어왔지만 돼지런한 밥토크에서만 느끼는 재미도 있다는 걸 잊고 있었다. 어떤 식으로 살아도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평생 같이 놀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다.




#3 7월의 세 가지

7월은 참 길었다. 마치 신이 10일 주기로 내게 시련을 준비해 둔 것 아닐까 싶었다. 아픈 만큼 나를 키운 한 달이었다.


소리 내는 몸: 침묵이 미덕인 곳에 앉아 몸이 눈치도 없이 소리를 냈다. 내 소리를 고쳐주는 사람을 찾을 때까지 울고 토했다. 몸이 다 하는구나. 일도, 사랑도, 잘난 척도, 불평도.


해 Sun가 되지 못하고 해 Harm가 된 아내: 부부간에도 사회생활이 필요하다. 나는 7월에 종종 혼자 살았을 때의 나로 돌아갔다. 그러고도 잘못된 걸 몰랐다. 그 사이에 짝꿍에게 힘듦이 쌓이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하느라 평생 친구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쓰면 안 된다.


뜻밖의 학교: 수술 후의 학교는 조금 더 낯선 곳이었다. 애초에 방학이란 건 기대도 안 하는 몸이지만 이번엔 상황이 전혀 달랐다.


이게 왜 재미냐고? 소중한 걸 알았기 때문이다. 내 인생의 재미가 무엇으로 지켜지는지. 몸, 짝, 일. 삶은 고통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뒷면의 재미를 발견하는 힘은 노력으로 길러진다.




#4 나의 보물 상자: 텍스트성

올해 초 텍스트를 축적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초반엔 꽤 잘 되고 있었지만 이내 '내게 의미 있는' 텍스트란 뭘까? 하는 원론적인 질문을 하게 되었고 답을 내리지 못하면서 흐지브지하게 흘러갔다. 시 워크숍을 하면서 하반기에는 텍스트 작업을 제대로 해봐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시 워크숍을 시작한 게 5월 즈음이니 2-3개월가량의 기간 동안 은연중에 내가 좋아하는 텍스트의 기준을 찾고 있었던 것 같다. 이 기준들에 대해선 조만간 정리해보려고 한다.


구절, 연주, 노트... 이런 것들이 쌓여서 내게 올 이야기들이 궁금하다.




*Just for fun을 활용한 언어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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