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셰익스피어의 비극 <리어왕>을 읽고 쓴 글이 하나 있다. 살면서 종종 떠오르는 구절.
가진 것을 다 보여주지 말고, 마음속 생각을 다 말하지 말고, 가진 것을 다 빌려주지 마라. 말을 탈 수 있을 때 걷지 말고, 듣는 것을 다 믿지 마라.
_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한다면,
판다고 다 사지 마라.
_
아침에 우리가 눈 뜨자마자 함께 눈을 뜨는 소비'자, 아'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우리는 끊임없이 노출된다. 텍스트와 영상은 물론 이야기와 거짓말에도. 그러니까, 실재하는 것에서 실재한다고 '믿는 것'까지. 어떤 자극은 자극이 아닌 척하면서 슬그머니 다가와 일상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역치가 높아진다.
쉬는 시간에 스크롤만 올렸다 내렸을 뿐인데 뭔가 공허한 느낌이 들고, 밥을 먹다가 심심해서 영상을 몇 편 봤을 뿐인데 더 심심해진다. 어떤 이야기는 '사람 사는 게 거기서 거기'라는 걸 견딜 수 없는 소비자들에게 강력한 유혹 그 자체가 된다. 소비자를 힙하고 대체불가한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유유히 퇴장하는 이야기를 뒤로 하고 다시 헛헛해진다.
'잠재적' 소비자의 생각은 대략 이런 식으로 흘러 간다:
- 독립적이며 주체적으로 선택했다
- 광고인 건 알지만 내게 필요했다(원했다기보다는)
- 유용한 프로그램에서 하는 말이니 광고와는 관련이 없다
- (급기야) 광고에서 자유로운 인간이 얼마나 될까
어쩌면 소비자의 구매 결정을 돕고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편의에 대해 지나친 음모론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건강이나 환경을 의식하듯이 소비하다 소비되는 건 아닐지 의식해야 한다. 오늘의 일기장은 가계부와 닮았다. 하루 종일 소비한 것들의 목록. 되도록이면 밝은 곳에서 시간을 견디고도 살아남기를. 루머도 한 때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였고, 길가의 쓰레기도 한 때 누군가의 욕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