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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글쓰기 프롬프트

WHY-HOW

by 뭉클



"어려운 것을 쉽게, 쉬운 것을 깊게, 깊은 것을 재밌게, 재밌는 것을 진지하게, 진지한 것을 유쾌하게, 그리고 유쾌한 것을 어디까지나 유쾌하게." 이노우에 히사시




우리는 왜 글을 쓸까요?



'조지 오웰'의 생각 간략 정리*


미학적 열정: 미적인 체험(아름다움, 조화 등등)을 적합한 단어와 표현으로 묘사하려는 내적 욕구


역사적 충동: 대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는, 모든 사람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있는 그대로 알려 주는 소설, 비소설.


정치적 목적: 세계를 특정한 방향으로 이끌고 싶은 바람, 지향하거나 반대로 지양해야 할 공동체 사회에 대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타인에게 표출하려는 목적.


순수한 이기심: 지적이고 영민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싶어서, 화제의 인물이 되고 싶어서, 사후에 기억되는 작가가 되고 싶어서, 어린 시절 무시했던 사람들에게 "지금의 내가 누군지 다들 봐시오."라고 외치고 싶은 뿌리 깊은 마음 등등.



책<다정한 서술자>에서 올가 토카르추크는 말합니다. 앞서 말한 네 가지 동기는 우리의 현실과 비추어보면 전혀 다르다고요. 전례 없이 '나'라는 이름의 글쓰기 주체가 비대해져 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과거에도 '나'를 세상의 출발점이면서 창조적인 균형의 기반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나'라는 존재가 지나치게 확대되면서 주변의 모든 것을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입니다. 픽션이 점점 읽히지 않고 논픽션에게 잡아먹히고 말 거라는 말도 함께.





트위터와 블로그, 미디어마다 다양한 일인칭 서술자가 서로를 향해 소리를 질러 대는 다중 음성의 세계, 이 파편화된 세상에서 우리에게는 총체적이면서 통합적인 사 인칭 서술자, 다인칭이면서 동시에 무인칭인 서술자가 필요합니다. 제삼의 눈과 육감, 파놉티콘의 시점을 가진 서술자, 노스트로모호의 다음번 승객으로서 충분한 자격 요건을 갖춘 서술자.


서술자는 이야기의 혼이고, 말하는 목소리이며, 이야기의 숨겨진 태생적 결함인 동시에 이야기의 본질입니다. 나머지 다른 모든 요소를 배열하고 정돈하는 추가적인 요소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끝으로 우리는 솔직하게 인정해야 합니다. 친애하는 여러분, 인간에게는 영혼과 육체, 그리고 서술자가 있습니다.


- 국립 우츠 대학교 강연 중 -





창의적 글쓰기 프롬프트 Creative Writing Prompt에 대해 쓰려다가 멀리 돌아왔네요. 사람마다 글쓰기의 욕구는 천차만별이지만 일단 제가 좋아하고, 그래서 잘하고 싶고, 게다가 (감히) 가르치고 싶기도 한 창의적 글쓰기에 대해 써보려고 하는 것입니다.


올가가 작가 지망생들에게 왜 쓰느냐고 물었을 때 '나를 표현하기 위해서'라는 애매한 답변, '돈을 벌고 유명해지기 위해서'라는 세속적인 답변, 그리고 '매년 한 편의 추리소설을 쓸 겁니다.'라는 식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답변까지 모두 듣게 되었다고 해요. 어느 쪽이든 잘못되었다고 이상하다고 치부할 순 없겠죠. 다만 글쓰기와 작가에 대한 지나친 환상은 지속적인 글쓰기에 해롭습니다.


왜 쓰는지, 누구를 생각하며, 어떤 목소리로 쓸지 정했다고 해도 글감은 또 다른 과제일 것입니다. 일단 첫 문장을 쓰기까지의 험난한 여정이 남아 있잖아요. Writing Prompt에 대해 생각하다 일전에 SNS에 올린 피드가 떠올랐어요.



출처: https://www.instagram.com/reel/C7ZssDjSBqD/?igsh=bTV6Ym9ndTA1c2N1



<글쓰기 좋은 질문 642>


시 워크숍에 내내 화두였던 '3인칭 시점으로 쓰기(나 자신과 거리 두고 쓰기)'와 '재미있는 글쓰기'의 접점에서 이 책이 다시 떠올랐어요. 스스로에게 무관심해 보였던 순간이 아이러니하게 자기 자신에게 과도하게 밀착된 순간일 때도 있더라고요. 우리 자신의 이야기를 남의 이야기처럼 쓰는 건 재밌게 쓰기 위한 첫걸음이기도 하고요.


재미있게 쓰든, (올가 토카르추크처럼) 이타성을 기반으로 쓰든, (조지 오웰처럼) 특정 동기로 쓰든 창의적 글쓰기는 좁게는 문학적 글쓰기에 국한될 수 있겠지만 넓게는 글쓰기 전체에 해당될 것입니다. 창의적 글쓰기 프롬프트 Creative Writing Prompt에 대해 고민하면서 몇 가지 자료들을 찾아봤습니다.



https://cetl.uconn.edu/resources/teaching-and-learning-assessment/teaching-and-learning-assessment-overview/assessment-design/developing-writing-prompts/


https://blog.reedsy.com/creative-writing-prompts/



글쓰기 마중물로서의 읽기가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독서 중에 작가의 목적, 독자들에게 보내는 목소리, 첫 문장의 고달픔을 떠올리게 된다면 글을 쓰는 독자가 미리 보낸 선물과 같을 것입니다.


앞으로 글쓰기 프롬프트 Writing Prompt에 대해서 좀 더 다양한 관점에서 써볼까 해요. 첫 문장이란 '매일 쓰는 사람'에겐 당연한 특혜일지 모르지만 모두에게 공평한 빈칸이기도 하니까요.


*올가 투카르추크의 말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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