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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뭉클 Oct 13. 2024

크로매틱 하모니카 일기(2)

숨과 숨 사이



바를 정(正) 4개


하모니카 연습면서 바를 정자를 쓸 줄이야. 최근에 러닝의 기준을 거리(5km, 6km, 10km...)에서 달리는 시간(1시간)으로 바꾼 데 이어 하모니카 연습량은 시간(30분, 1시간)이 아닌 횟수로 정한 것이다. 하루에 많은 양을 연습하고 나면 이후 꽤 오래 쉬어버리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것보단 횟수로 정해 자주 하는 편이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어째서 그렇게 열심히 연습하고도 다음 연습날엔 또 삐걱이는지.


메트로놈 앱을 켠다.


81(Andante*)과 108(Moderato**) 사이를 오간다. 연습을 할수록 템포는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숨은 한결 가뿐해진다. 언제 얼마나 내쉬어야 제때 들이마실지 가늠하게 된다. 템포가 114 즈음이 되면 꽤 숙련된 상태. 선생님과 합주를 하면 긴장하거나 호흡이 딸려 음이 엉망이 될 때도 있지만 멈추지는 않는다. 어쨌든 끝까지 연주는 해내기로 한다.


입술이 마른다. 입술에 물기가 조금이라도 덜하면 하모니카는 밀린다. 호흡도 가쁜데 입술과 하모니카 몸체 사이에 마찰이 생길 정도로 뻑뻑해지면 머리는 가만히 두고 하모니카를 둔 손이 움직여야 하는데 그 반대가 된다. 당황한 머리가-그러니까 몸이, 결국 마음이-제 갈길을 못 찾고 헤매는 것이다.


템포가 빨라지면 들숨, 날숨의 정도가 낮아지니 할만해지지만 전체적인 숨의 양은 여전히 부족하다. 숨이 차고 입이 말라 헥헥 대고 나면 '트레몰로는 정말 쉽게 분 거였어.' '달리기를 그렇게 열심히 하는데 왜 이 연주가 이토록 힘든가'에 대해 자조적인 하소연을 쏟아내다 다시 연습에 돌입한다.


이따금씩 구멍에 제대로 숨이 든 날에는 가슴에 내리 꽂혀 진동하는 소리가 난다. 울림, 그리고 떨림. 그 소리를 들으려고 다시 숨을 고른다. 무거운 악기로 묵직한 소리를 내려면 더 깊은숨과 호흡이 필요하구나. 하모니카는 가을과 겨울 사이의 악기라는 생각을 한다. 국영수도 기본이 탄탄해야 잘 해내는 것처럼 스케일 연습이 잘 되면 곡 연주는 뭐 시간문제니까. 조금 인내심이 필요한 이 시간에 다양한 버전의 Moon River를 들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바를 정자까진 안 적더라도 좋은 곡은 여러 번 들어보기.   




Moon River: London FILMHarmonic Orchestra Featuring Noa Bodner on Harmonica:

https://youtu.be/2rEPlK34E5M?si=8Bpidig-rgwxXKgb




*악보에서, 느리게 연주하라는 말. 모데라토와 아다지오의 중간 속도로, 걷는 정도의 속도이다.

**'보통 빠르기'를 지시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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