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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뭉클 Dec 20. 2023

하브루타 영감 노트


계속 모를 거라는 앎


"저는 저에 대해 아직 잘 모르는 것 같아요."라는 말은 푸르다. 알려고 발버둥쳤지만 끝끝내 알지 못했다는 소녀들의 말은 눈물 겹다. 자기 자신에 대해.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에 대해. 싫어하는 것 조차 알지 못하는 답답한 마음.


계속 모를 거라는 앎.


짙은 파랑 물감에 맑은 물 한 방울 떨어뜨려 본다. 질문은 짧고 답은 아득하지만, 그럴 땐 계속 모르게 될 삶이 그렇게 끔찍하지는 않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배운 사람, 배우는 사람에서 배우는 삶을 살아갈 사람으로.


하브루타 학습의 핵심 개념을 다시 짚어봤다. 지나친 이상은 해롭고, 나부터도 하브루타적 인간으로 살아보지 못했으므로.


짝꿍과 토론하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해 알아간다기보다는 '공격받는다'고 느끼던 시간들이 있었으니까. 오픈 마인드, 경청만으로 쉽지 않은 순간이 한 번씩 온다.


1. 후츠파(chutzpah) 정신이란, 이스라엘에서 "담대함"이나 "저돌적"을 뜻하는 단어로 어려서부터 끊임없이 질문하고 도전하며 때로는 뻔뻔하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당당히 밝히는 이스라엘인 특유의 도전정신을 뜻한다.


2. 마따오쉐프 "네 생각은 어떠니"라는 뜻으로 유대인에게는 자신의 고유한 생각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탄탄한 논리가 가장 중요한 핵심임을 알 수 있다.


3. 쩨다카(Tzedakah) 히브리어로 '해야 할 당연한 행위, 정의, 의로움'이란 뜻으로 '자선'으로 해석되며 어려운 사람을 돕거나 가치있는 일에 돈을 기부하는 일을 가르킨다.






가벼운 기쁨(Light Delight)


경계에 살기. 살아본 인생과 아직 모르는 인생 그 사이에서 살기. 교실과 세상을 가르는 말의 유수 속에서 유영하는 법을 알기. 교실이 커다란 세상의 일부이기도, 세상의 전부이기도 함을 이해하기. 기다리기. 지켜보기. 듣기.


소녀가 이해할 수 없어서 이해하지 못하는 불안에 사로잡힐 때, 현실에서 갈피를 잡지 못할 때, 자신의 연약한 실체를 마주하며 눈물지을 때, 그를 문장으로 구하기. 그의 귀에 속삭이기. 다시 살리기. 말을 지어다가 손에 쥐어주며 생각과 의미와 몸짓을 되돌려주기. 노래를 불러주기. 오늘도 내일도 그다음 날에도 그렇게 하기.


죽고 싶다.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소녀에게서 죽지 않기. 무엇보다 살아가기. 라는 문장을 끌어낼 수 있을까. 우리의 행복이 더 다양할까, 그들의 슬픔이 더 다채로울까. 삶은 고달프지만, 자주 답답하고 희망이 없어 보이지만,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면 점점 더 가벼워지고 환해질 거라고. 시계를 보며 말하기. 나른하지 않게.


스스로를 가여워하는 마음이 자부심이 되게 하기. 서로가 삶의 의미를 간절히, 그리하여 평안을 간곡히 묻고 있음을 기억하기. 의미가 되어주기. 없으면 만들어주기. 살아지기를 바라며 질문을 찾아 떠나기. 계속 헤엄치기. 되도록 구조대원이 되는 쪽으로.


학창 시절 내가 들이켠 공기, 숨, 한숨, 눈물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시간이 흘러 소녀들 주변에 아직 머물 수도 있을까? 그들은 나의 학창 시절과 다르지만 우리는 어쩌면 같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다시 내 이야기가 그들을 다시 숨 쉬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신을 이해하고 싶으면서도 사실 깊이 알고 싶지는 않은 우리. 숨은 태어나자마자 소멸하는 우리에게 한 줄기 희망. 태어나게 하고, 일으켜 세우고, 살아있게 하는 것. 끝은 없고 시작만. 저항하는 기쁨.


책 <소프루>를 읽는다.


"이제 이 책에서 모든 것에 대한 답을 구하려는 희망이 우습다는 것을 알아. 질문을 찾는 것이 더 빠르겠지. 이제는 배에 닿으려고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아. 헤엄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내가 난파당한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면 돼. 우리는 모두 난파당한 사람들이야. 답은 없어. 얼마나 행복해, 답이 없다니. 잘 됐지."



*희곡<소프루>에 영감을 받아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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