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상담 일기(12): 치료로써의 관찰

<우주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 × <숲>

by 뭉클


시워크숍에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글에서 틀리면 안 된다는 강박이 느껴져. 직업적인 특성일 수도 있지. 제대로 전달하고 한치의 오해도 없게 하는 게 직업적인 선 goodness 이어서 일까."


최근 타로수업에서 피드백을 해주시던 선생님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셨다.


"해석은 틀린 게 없어요. 아주 깔끔하고 좋아요. 근데 좀 교과서 같고 딱딱한 게 있어요. (대문자 T네요. 아.. 마음의 상처.. 등등의 반응과 함께) 쿠션어가 부족해요. 좀 더 보충해 보세요."


심지어 최유리의 <숲>을 연주하던 나에게 선생님은 이런 말도 하셨다.


"끝음이 너무 짧게 떨어져요. (저번엔 너무 길어서 쉼표가 없었고..) 동그랗게 불어 보세요."


나는 악보에 동그라미나 포물선 같은 모양들을 연필로 슥슥 그려보면서 그 느낌을 찾아가고 있었다. 점점 느리게. 아주 짧게 말하면 그랬다. 점점 느리게. 강약 조절을 하라는 말로 들렸다. 삶의 리듬 같은 것. 호흡은 늘 거짓 없이 솔직하다.






마욜린 판 헤임스트라*의 말대로라면, 나는 내 눈높이에서 펼쳐지는 혼돈에만 집중한 상태다. 나의 '바깥에서 박동하는 리듬에 맞춰 고개를 까딱거릴 수 있는 감각'으로부터 분리된 상태다. 지나치게 현재를 추동하는 데에만 골몰한. 응원과 격려를 전해야 할 마음에 긴박과 불안이 가득하다니.







깊은 호흡은 에너지를 주지만 깊은 한숨은 에너지를 앗아간다. 같은 숨인데도 깊은 호흡은 숲처럼 동그랗고 아스라이 스러지는 자연스러운 모양이라면, 깊은 한숨은 아래쪽으로 좁고 둔중하게 떨어지는 검은빛.






어느새 코앞에 달라붙은 나와 내담자의 세계에 몰두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거리 두기를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치료로써의 관찰은, 지켜보는 '거리'에 대한 감각을 키우는 일이다. 내담자를 안쓰러워하거나 좋은 말로 기운을 북돋아주는 건 친교적 차원에서는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라면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과 '잘 되게 돕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애초에 문제 해결이란 판타지는 내담자에게 힘을 넘겨주면서 저절로 깨질 것이다.






밝은 빛, 지나치게 밝은 빛은 오히려 두 눈을 가린다. 긍정은 낙관과 달리 현실을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지만 내담자는 현실을 모르기보다 '모르고 싶을' 때가 더 많다는 걸 기억하기.







*시집 세 권과 소설 한 권을 펴내고 2021년에는 첫 논픽션 <우주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가 네덜란드 종합 베스트셀러 9위에 올랐다. 시인, 소설가, 극작가이자 네덜란드 언론 기관인 '데 코리스판던트'의 우주 전문 기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문학 상담 일기(11): 기분의 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