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상담 일기(13): 진짜는 '증명'되는가?

<혼모노>

by 뭉클


"내가 아침에 영상을 하나 봤는데, 이걸 보고 나니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 '아, 내가 커서 뭐가 될지 (여전히) 궁금해.'"


"이미 다 크셨잖아요."



천재, 무언가



재능에 관한 이야기, 그러니까 '(가끔, 아니 자주) 우리가 원하지 않는 방식이긴 해도 우리에겐 작고 큰 재능이 있다. 다만, 가진 적 없는 재능이 더 탐스러워 보일 뿐.'이라는 내용이었지만 더 중요한 메시지는 뒤에 있었다.


'이것도 재능인가?' 싶을 정도까지 그간의 말, 행동, 선택과 실수들을 살펴보다가 '진짜' 자신을 발견한다. 말을 많이 하고 싶어 하지만 말을 많이 하게 되는 상황을 꺼리게 된다든지, 멀리 보는 사람이었다가 한 없이 좁고 긴 터널로 들어가 버린다든지 등등. 어떤 날엔 강점이었다가 어떤 날엔 처절하게 약점으로 전락하는 생생한 나.


자기 이해가 온전히 마무리되어서야 자기 화해 시작된다는 걸, 약점 사이에 슬쩍 비치는 강점의 면모를 발견하면서 깨닫는다. 그리하여 (내가 될 수 있는) 가장 강하고 큰 내가 되기.


<혼모노>는 그 지점에서 '진짜임을 증명해야 한다면 그것은 진짜인가?'라는 질문을 남겼다.


(물론 전반적으로 사회적인 문제에 천착하고 있으나)


내 앞의 무엇을(혹은 누군가를) 흉내 내고 따라가고 싶었던 이유는 '내가 놓친 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지만 그러는 동안 여기 존재하는, 나라고 믿으려고 하지 않아도 틀림없이 나인 것을 놓치지 않았나.




그런데 더 놀라운 점은,


'가짜를 걷어내면 진짜가 거기 있는 걸까?' 하는 의문. 이 소설의 끝에도 답은 없다. 질문만 있을 뿐. 독자의 짐작만 있을 뿐.


사실 딱히 진실을 알고 싶지 않을 때가 많다. 직면할 용기도 없고. 가짜의 맛, 그러니까 바나나맛 우유에 바나나가 몇 % 나 들어있을지 궁금하지 않다. 가짜를 걷어내면 그 안엔 (쥐꼬리만 한) 진실이라도 (분명, 제발, 설마) 있을 거란 믿음은 안도감을 주니까. 죄책감을 덜어주니까.


작가는 구태여 그 불편함을 직면한다.


마치 진짜를 찾을 수 있다는 믿음만 있으면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벽을 치운다고 멈춰있던 공이 움직이지 않듯이 빛은 빛 속에서 찾아야 하는 법이다. 그제야 비로소 우리는 있는 그대로 자기 자신에게서 발현되는 내재된 목소리를 듣는다.


애써 증명하거나, 어둠을 걷어내지 않아도, 잃어버린 빛을 찾아 떠나지 않아도,


지금, 여기, 내가 존재하는 방식을

인지하고

인정하고

수용하기.





혼모노는

멀리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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