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취미의 말들(2)

by 뭉클


요즘엔 온갖 방법들이 넘쳐난다. 그 해법 하나면 곧바로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머지않아 '나와는' 맞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어쩌면 취미는 압도적으로 넘치는 그 방법들 사이에서 '나에게 맞는' 걸 찾아나가는 여정인지도 모르겠다.


앞서 취미의 말들(1)에서 밝혔듯이, 내 취미들을 관통하는 것은 '비어있는 몸'이다. 매번 시도하고 실패를 거듭하지만 이번만큼은 그 과정을 세세하게 기록했다. 단순히 살이 찌고 빠지는 과정을 적은 것이 아니라, 불면은 언제 꿀잠이 되는지, 어떤 상황에서 식욕 버튼이 눌리는지, 일상에서 러닝의 효용은 무엇인지, 몸과 기분이 체하지 않고 순환하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지 등등.


(여기 쓰는 글도 나에게 적용해 가는 질문과 답변의 과정이므로 누구에게도 답이 될 수 없다.)


0) '세끼 적당히'는 옳은가?

한창 성장기인 아이들이 아니고서야 성인이 세끼를 든든히 챙겨 먹으면 증량의 원인이 된다. 세끼 적당히 먹으라는 의미는 두 끼 분량의 식사를 세끼에 나눠 먹으라는 의미로 이해된다. 보통 간헐적 단식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들의 조언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겐 세끼, 특히 저녁 식사 여부가 입 터짐의 원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어떤 식사 패턴이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나의 경우엔 두 끼를(특히 아침을 잘 챙겨) 먹고 세끼를 먹는 저녁 시간에 공복 운동을 나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었다.


1) 공복 운동은 늘 옳은가?

공복 운동은 옳은가? 많은 사람들이 고민한다. 공복 운동이 모두에게 좋은 것은 아니다. 저, 중강도 운동 정도는 괜찮지만 공복으로 고강도 운동을 하는 것은 무리가 된다. 아침 공복 운동이 나을까, 저녁 공복 운동이 나을까? 아침 공복이든 저녁 공복이든 운동을 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니 큰 의미는 없다고 보지만 개인적으로 아침 공복 운동을 하고 나면 입이 터지고 하루 종일 에너지가 달려 하루가 버거웠다. 하지만 저녁 공복 운동을 하고 나면 평소 고생하던 불면증까지 해소되었다. 그 후론 망설임 없이 저녁 공복 운동을 선택한다. 그러니 직접 해보지 않으면 답은 알 수 없다. 컨디션이 좋아지는 시간대를 선택하면 된다.


2)'맛있는' 레시피는 옳은가?

다이어트 중 '맛있는 OO레시피'라는 단어는 아주 유혹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몇 개월간 식단과 운동으로 관리하면서 맛있는 레시피란 대체로 부족한 탄수화물을 보충해 주는 레시피였다. 그건 입 터짐의 시작. '비어있는 몸'은 비우는 것보다 빈 상태로 편안함을 느끼는 게 더 중요했다. 빈 상태보다 채우는 게 편하다면 기존의 식사가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무엇이든 지나치게 결핍이 된 상태인 것. 뺄 때도 맛있는 음식이 빼고 나서도 변함없이 맛있어야 한다.


3) 운동 없는 다이어트의 한계

운동 없이 OOkg 빼는 법에 대해서 더는 궁금해하지 않는다. 아주 적게 먹는 생활은 일상생활을 유지하는데 한계가 있고 과식한 날에도 아주 많이 운동하는 생활은 한계가 있다. 결국,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하나쯤은 찾아야 한다. 그건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더라도 의미 있는 일이다.


4) 호르몬에 대처하는 자세

여성 주기가 되면 기분이 오르락내리락 기복이 너무 심하고 식욕이 폭발한다. 호르몬과 싸워봤자 의미 없는 싸움이다. 호르몬을 건드리지 않고 비위를 맞춰주는 게 필요하다. 생리주기 기간에는 입 터짐이 오더라도 잘 먹어주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5) 가장 중요한 건 자기만의 버튼 찾기

'비어있는 몸'을 만드는 과정에선 유독 예민하게 작동하는 음식, 상황, 감정들이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아무렇지도 않은데 유독 자신에게만 유의미한 버튼이 눌리면 그땐 통제 불가의 순간이 온다. 어떤 상황이나 감정은 내가 준비할 새도 없이 파고들어 나를 공격한다. 변수가 생겨 갑자기 체중이 불거나 왜 이렇게까지 관리를 해야 하나 싶을 때도 있다.


6) 세트포인트까지 소리 없이 빼기

버튼 관리만큼이나 중요한 게 재미 관리다. 맛있는 걸 먹는 재미와 아름다운 몸을 만드는 재미는 함께 할 수 없지만 바꿔서 생각하면 나는 어떤 경우든 재미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변수가 생겨 체중이 불어도 다시 비어있는 몸으로 돌아가는 이 과정을 오래 지속하면서 지치지 않으려면 세트포인트(보통 체중의 10%)를 정하고 소리 없이 아주 조금씩 빼야 한다.


'비어있는 몸'은 충전된 몸이어야 공허하지 않다. 배터리가 절전모드까지 떨어졌는데 비어있는 몸에서 가벼움을 느낄 수는 없을 것이다. 언제 에너지가 떨어질지 몰라 불안하고 방어적인 몸일 뿐. 그 안에 충만감이 생길 리 만무하다. 그런 불안한 몸으로는 어떤 일도 할 수 없다. 내 몸도 다스릴 수 없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빈 마음을 강요할 수는 없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취미의 말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