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똑)
선생님, 상담할 게 있어서요.
우린 2년 전 비슷한 이유로 만난 적이 있다. 그때도 지금도, 인간관계의 갈등.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담임으로 살아온 지 꽤 오래되었고.
여학생들은 친한 사이에서도 알 수 없는 폭력적인 감정을 겪는다. 흔적도 없고, 기승전결도 없지만 분명 그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간과할 수는 없는 눅눅한 감정 같은 것. 사실 영향의 지대함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이따금씩 들어주는 사람의 일상만 흔들어놓고 사라져 버리기도 하니까.
1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눴다.
그간 몇 번의 상담이 있었는지. 담임은 관계에 개입하면 안 되는 건 알지만 개입과 무관심 그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여전히 난감한 점. 이 상황은 나의 일 100가지 중에 하나에 불과하지만 높은 비중으로 내 에너지를 빼앗아가고 있다는 느낌. 상대를 비하하거나 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태도는 지양하도록 지도한 점. 지금보다 상위 단계의 상담도 있음을 안내했다는 사실도.
선생님, 지금까지 잘해오셨어요.
그런데 전 선생님이 더 걱정되네요.
해주시는 말이 와닿아서 메모로 남겼다.
1. 타인의 감정까지 나의 문제로 떠 안지 말 것
(구원의 환상은 언제나 위험)
2. 자기 안전, 자기 정화, 자기 치유 확보
3. 상담 사이의 시간을 주도적으로 확보(늘 열려있어요 X)
4. 과몰입 X, 거리 유지 필수
5. 안내자가 선택자가 될 때의 위험.
선택은 당사자가, 책임도 당사자가.
6. 내담자가 진정하고 집중을 다른 데로 돌리도록 도울 것
어쩌면 가장 나쁜 마음은 정체된 마음이다. 정말 방치한 건 상담자인 나의 마음인지도 모른다. 체한 줄도 몰라서 흐르지도 못하는 마음.
아무것도 하지 않기. 공감과 경청 외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