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도약>
중국의 문양가, 구양수는 '삼상'이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매우 유명하다. [...] 삼상이란 마상, 침상, 측상을 가리킨다. [...] 마상은 지금으로 말하면 통근 전철 안, 혹은 차 안이라고 했다. 전철이라면 무난하지만, 생각을 하면서 차를 운전하면 위험할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말을 탔으니 조금 멍하게 있더라도 교통사고가 날 걱정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185-186)
걷거나 달리면서 생각하는 일의 효용과 즐거움에 대해 생각한다. 움직이는 몸, 이동하는 몸, 어딘가에 고여있지 않은 몸은 생각하기 좋은 장소이다. 걷거나 뛰다 보면 컨셉도 주제도 가치관도 없이 마구 엉킨 생각들을 마주한다. 엉켜있던 생각들 사이에서 뚜렷한 주제와 가치관을 회복하면 망각과 정리가 한결 쉬워지고 새로운(더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 창의적인 행복은 시간을 먹고 발효하는 유산균과 같다.
침상은 잠에서 깨어나서 잠자리에 누워 있을 때를 말한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은 잠자리에 들어가서부터 잠들 때까지 보다는,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일어날 때까지의 시간이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 렘수면을 할 때 몸은 쉬고 있지만 머리는 활동하고 있다. 논렘수면에서는 반대로 머리가 쉬고 근육 등이 희미하게 활동한다고 알려져 있다. 다시 말해, 렘수면을 하는 사이에는 일종의 사고 작용이 일어난다. 잠을 자면서도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186-187)
잠은 도피처가 아니다. 눈을 뜨고 있어도 잘못된 생각에 매몰된다면 상황에 직면하는 것이 아니다. 잠은 좋은 생각이 발아할 수 있는 숙성의 공간이다. 이것저것 옳고 그름을 따지는 그 생각을 생각하는 메타적 지혜가 필요하다. 일상을 갉아먹고, 에너지를 빼앗는 대화는 아닌지. 물음표 없이 과거형으로 끝나거나 특정 누군가를 지명하는 대화는 아닌지.
측상은 화장실에 앉아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약간의 구속만 있고 별다른 부담 없이 마음이 놀고 있는 상태에서 생각하는 것. 공상이나 망상과는 달리 현실에 적용가능한 유용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 일상에서 잠시 쉬어가는 시간에 틈틈이 좋은 생각이 떠오르는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평소에 하지 않던 딴생각을 자주 할수록 좋은 생각이 나오기 마련이다. 지나치게 굳은 신념을 가지면 새로운 생각을 발견하기 어렵다. 달리 생각할 여지가 없다는 믿음으로 드라마틱하게 비대해진 자리에 무엇이 발을 디딜 수 있을까?
마상, 침상, 측상은 서로 달라보여도 결국 현재의 생각을 비운다는 공통점이 있는 듯 하다. 비우거나 덜어내거나 나눠 이고지는 마음. 어느 쪽이든 좋은 생각을 하고 싶다면, 그런 생각이 자라는 곳으로 가야 한다. 작은 아이스크림 그릇에 조금만 차도 달그락거리는 마음을 떠올린다. 그 마음이 향해야 할 곳에 대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