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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빛 Feb 21. 2021

지역 농가의 오미자로 만든 자연
스파클링 와인과 증류주

경북 문경 오미자 와인

 

  봄의 기쁨을 노래하자니 걱정이 앞서는 요즘이다. 미세먼지 때문에 봄나들이는 생각지도 못한다. 좋지 못한 공기로 인해 목이 따갑고 잔기침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럴 때 전문가들은 몸의 수분을 보충하고 면역력을 키울 수 있는 차와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고 처방한다. 배, 도라지, 칡, 생강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필자는 개인적으로 오미자차를 좋아한다. 


오미자꽃과 열매


  오미자는 과일이라기보다 한약 조제에 쓰이는 약재이다. 오미자의 신맛이 기침을 줄이고 폐를 건강하게 하며 유기산이 많아 피로 해소에도 좋다. 뇌졸중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어 건강식품 재료로도 널리 사용된다. 

  신맛, 단맛, 짠맛, 쓴맛, 매운맛의 오미자(五味子). 실제 건조한 오미자 알갱이를 씨 째로 씹으면 처음엔 신맛이 나다가 서서히 달콤함과 짠맛이 느껴진다. 그러다가 쓴맛과 매콤한 향 때문에 순간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그것도 잠시, 입 안 가득 허브향의 상쾌함이 목을 타고 내려간다. 이것이 오미자의 매력이다. 다양한 맛과 향이 조화롭게 한 알의 열매에 모두 담겨 있다.     


  우리나라에서 오미자가 한약재가 아닌 과일로 인식된 것은 2000년대부터라고 할 수 있다. 문경과 상주 등 산간 고랭지에서 집중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음료와 식품의 원료로 사용되었다. 조선시대 <조선환녀승람(朝鮮寰輿勝覽)>과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서도 오미자를 문경의 토산물(특산물)로 기록하고 있다. 문경은 전국 오미자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유명하고 2006년에는 '문경 오미자 산업 특구'로 지정되기도 했다.



  오미자의 주요 산지인 문경에는 오미자와인을 만드는 양조장(와이너리 winery)이 있다. 오미자 와인을 만들기 위해 문경에 자리를 잡은 이종기(남, 65세) 대표는 오미자와의 인연이 남다르다.


오미자를 위한 특별한 효모가 필요했는데
산에 강하고 짠맛에 잘 살 수 있는 효모를 사용해야 했지요.
문경은 좋은 오미자를 농가에서 받을 수 있어
연구하기에 적격이에요

  “외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께서 한의사를 하셨어요. 집에 약재를 많이 심으셨지요. 시골의 산에 가면 그러한 약재들이 많아요. 건오미자에 대해서는 초등학교 다닐 때 기억이 나요. 건오미자는 어른들이 약재로 쓰셨어요. 술은 생오미자를 쓰고. 오미자는 포도에 비해 매우 섬세해요. 포도는 불투명하지만, 오미자는 산소나 빛에 의해서 쉽게 갈변이 일어나죠. 미생물 입장에서 신맛, 짠맛, 쓴맛이 있는 것들에는 살기가 어려워요. 발효가 어렵기 때문이에요. 오미자를 위한 특별한 효모가 필요했는데 산에 강하고 짠맛에 잘 살 수 있는 효모를 사용해야 했지요. 문경은 좋은 오미자를 농가에서 받을 수 있어 연구하기에 적격이에요.”     


오미자 스파클링 와인 '오미로제'와 증류주 '고운달' 오크와 백자



  값이 저렴한 스파클링 와인은 이산화탄소를 주입해서 생산한다. 반면 자연 효모를 사용하여 오미자로 스파클링 와인(sparkling wine)을 제조하려는 시도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의 집념은 샴페인의 명소인 상파뉴를 아홉 번이나 방문하게 만들었다. 물론 언어소통의 문제가 있었지만 고집스러운 그의 발길을 멈출 수는 없었다. 


  결국 오미자의 날카로운 신맛을 부드럽게 만든 ‘오미로제’와 증류주 ‘고운달’이 탄생한다. 오미나라의 규모는 작다. 그러나 와인을 만드는 데 필요한 착즙기와 발효통, 병입기, 코르크 마개를 씌우는 기계 등 모든 장비와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거기에 오미로제 스파클링 와인 제조공법을 완성한 경험과 집념까지 더해졌으니 최고라고 할 만하다. 


와인숙성 저장소와 와인증류기 냉각기


  3년 동안 숙성된 오미자 스파클링 와인을 잔에 따르면 잔의 밑바닥부터 올라오는 작고 미세한 구슬들이 기둥을 만든다. 자연 효모의 흰 거품은 풍성한 향을 뿜어낸다. 샴페인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아름다운 색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다. 이것을 18개월 동안 발효시켜 만든 증류주인 고운 달은 오미자 특유의 향과 부드러움을 간직하고 있다. 30여 년 동안 고민한 양조기술의 결정체(結晶體)라고 한다. 알코올 도수가 52%이므로 여러 차례 나누어 그 맛과 향을 음미해야 한다. 분명히 입으로 한 모금 마셨으나 가슴으로 느껴진다는 것을 공감하게 될 것이다.      


  오미자의 특성 때문에 숙취는 없다. 옛 어른들이 이야기하던 몸에 좋은 약주라 할 수 있겠다. 오미자를 생산하는 농가의 소득 증대와 좋은 술 문화를 기원하는 그의 노력이 앞으로도 계속되길 바란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많은 것들 중에 술만큼 좋은 것이 어디 있겠는가.     



[도움 주신 분]     


오미나라 이종기(남, 65세) 대표는 천년 주막이라는 양조장을 운영하면서 세계 최고의 명주를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 위 글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원연합회 지역n문화에 게재된 글입니다. 

https://ncms.nculture.org/food/story/1772?_ga=2.15826550.1559705289.1613814797-477163452.1613098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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