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흐른다지만, 엄마의 시간은 내가 알 수 없는 어느 지점에서 갑자기 ‘툭 끊겨버렸다. 사촌 동생을 하늘로 보내고 장례식장에서 돌아와 젖은 풀처럼 쓰러져 잠이 들었다.
"앨리스, 고모한테 전화가 왔어. 경하가 죽었단다. 어쩌니?" 이미 장례까지 치른 일들을 마치 방금 일어난 비보처럼 전하는 엄마의 눈은 떨렸고 앙상한 손으로 벽을 잡고 겨우 몸을 지탱하고 서 있었다. 고모는 이미 돌아가셨고 고모가 어떻게 전화를 하느냐고 물어도, 엄마는 방금 통화를 했고 경하가 찾아와 인사를 하고 갔다는 말로 한밤중의 소란을 이어갔다. 경하가 와서 마지막이라며 작은 아버지 인사도 못하고 간다고 그리고는 그냥 보냈더니 이게 웬일이냐는 것이다.
“엄마, 엄마, 고모는 돌어가셨어. 경하도··· ”
나는 엄마를 꼭 안고 엄마의 등을 토닥였다.
엄마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과거와 현재가 뒤엉킨 기이한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내가 그것을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다. 사실 엄마의 징조는 작년 여름, 유난히 지독했던 폭염과 함께 찾아왔다. 30년 세월을 거르지 않고 다니던 수영장을 어느 날부터인가 나가지 않더니 집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많았고 주로 텔레비전이나 낮잠으로 하루를 보냈다. 나는 더위에 쓰러지거나 건강이 나빠지는 것보다 나으려니 생각하고 내 일을 하기에 바빴다. 우리 집에서 밥벌이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나 혼자이니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2년 전부터 신경내과 나들이와 정기 검사를 받았고 꼬박꼬박 약을 챙겨 드렸다. 그 약들은 엄마의 뇌가 늙어가는 속도를 늦춰줄 유일한 방패이자 내가 붙잡을 수 있는 마지막 끈이었다. 하지만 엄마는 어느 날, 약 먹는 것조차 잊어버리기 시작했고 모래성은 단숨에 무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