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특별한 이야기, 돗과 혼례 그리고 가문잔치

by 소리빛


오랜 옛날 키가 크고 힘이 센 설문대할망이 살았다. 그녀는 물속에서 흙을 퍼 올려 제주도를 만들었다. 치마폭 사이로 떨어진 작은 흙덩이들은 제주도의 작은 오름이 되었는데 그 수가 360여 개나 된다. 설문대할망은 ‘사만두고(沙曼頭姑)’, ‘선마고(詵麻姑)’ 등으로 기록되어 있다. 설문대할망은 제주도를 만든 창조신화의 주인공인데, 뱃사람들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제주도를 이야기할 때 흔히 돌, 바람, 여인의 섬이라고 한다. 화산활동에 의해 형성된 제주도는 돌과 바위가 많아 토양이 거칠고 연간 강수량은 높지만 지하수가 부족하여 농사짓기가 어렵다. 그리고 봄, 가을로 강한 바람과 태풍 때문에 항상 노심초사한다. 제주도의 집 모양과 낮은 돌담, 구불구불한 길은 바람의 피해를 막기 위한 지혜였다. 제주도의 그러한 자연환경, 그리고 그것이 빚어낸 문화적 현상이 설문대할망 신화의 모태가 되었을 것이다.


제주를 대표할 만한 속담 중에 “집치레는 하지 말고 밭치레를 하라.”는 말이 있다. 자갈과 메마른 흙이 대부분인 밭에서 농작물을 수확하려면 집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화산토인 밭에는 돗(돼지)의 배설물을 활용한 거름이 가장 좋은 비료가 된다. 특히 돗의 거름은 보리농사에 없어서는 안 될 재산이다. 돗의 사육을 통해 인간의 배설물과 식생활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처리하고 동시에 단백질 공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가문의 큰 잔치라고 할 수 있는 혼례문화도 여타 지역과는 다르다. 제주도에서는 혼례를 결혼식이라고 하지 않고 ‘가문잔치’라고 부른다. 이날에는 반드시 돗이 쓰인다. 잔치를 앞둔 2-3년 전부터 도새기(새끼돼지)를 잘 키웠다가 결혼식 이틀 전, ‘돗 잡는 날’에 절차에 따라 돗을 요리한다. 그리고 ‘가문잔치’ 날에는 친족들에게 음식을 대접한다. 가문잔치는 말 그대로 일가친척을 위한 잔치로, 가문의 단합과 친목을 도모하게 된다. 신랑, 신부의 친구들은 산에서 베어온 소나무와 대나무 가지를 잘 다듬어 문 앞에 ‘솔문’을 세운다. 결혼식 당일, ‘잔칫날’에는 이른 새벽 조상에게 ‘잔치멩질(조상멩질)’을 드리고 문전신에게 ‘문전제’를 올린다. 새사람이 들어올 것을 미리 알리기 위함이다. 유교와 무속이 혼재되어 전래되고 있는 제주도 혼례의 특징은 지역문화의 소중한 자원이다.



지금은 가문잔치의 풍습이 많이 사라져 접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원연합회에서는 선흘리 마을 부녀회의 협조로 1970년대 당시 혼례 모습을 재현하여 영상에 담는 작업을 하였다. 영상을 제작하고 기록하는 것은 현상에 대한 자료로서의 가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연구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 생활 속에서 전통문화의 모습을 지키려는 마을 주민과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원연합회의 의지가 관광자원 개발을 위한 초석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sbscnbc2018.3.21. 게재된 칼럼입니다.

http://sbscnbc.sbs.co.kr/read.jsp?pmArticleId=10000895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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