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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빛 Feb 13. 2021

싱그러운 송진향 한 입 가득,
양양 금송이

강원도 양양 송이버섯

   

  송이 따러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8월의 비가 중요하다. 비가 자주 내리면 9월의 풍성한 수확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송이 산지로 손꼽히는 곳은 강원 양양군과 경북 봉화군·영덕군이다. 그중 양양 송이는 다른 지역의 송이에 비해 수분 함량이 적고 몸체가 단단하고 향이 깊다. 전문가들은 바다와 인접한 자연환경과 토질의 영향이라고 이야기한다. 낮 기온 26도, 밤 기온 10도 정도로 일교차가 10도 이상 차이가 나면 품질 좋은 송이를 채취할 수 있다. 게다가 적송림이 발달한 양양은 송이의 생육조건에 좋은 화강암 토질을 갖고 있다. 그 덕분에 2018년에는 2010년 이후 오래간만에 자연산 양양 송이가 대풍(大風)을 맞았다. 



  송이가 주로 자라는 곳은 산의 가장 높은 곳, 소나무가 있는 곳이다. 가파른 벼랑에 송이밭이 있는 곳도 있다. 송이를 채취하는 것이 그리 녹녹지 않다는 뜻이다. 그래도 전문적으로 송이를 채취하는 사람들은 송이 있는 곳을 잘도 안다. 그들은 송이를 조심스럽게 따고 주변의 흙으로 포자를 다독여 주며 다음을 기약한다. 송이버섯은 같은 곳에서는 두 번 채취가 어렵기 때문에 버섯의 균환(菌環)이 손상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소나무 숲에서만 자라는 송이는 소나무 뿌리와 공생한다. 뿌리를 따라 이동하며 매년 조금씩 퍼져나간다. 나무는 곰팡이라고 할 수 있는 송이버섯에게 영양분을 제공하고, 버섯은 토양의 무기물과 수분을 소나무에게 공급해 준다. 촉촉한 솔잎이 수북한 곳에는 송이가 있을지 모르니 가을날 높은 산에서 소나무를 만나면 주변을 둘러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양양에서 송이를 23년 간 요리하고 있는 김용원(여,61세)씨는 송이를 먹는 이유가 싱그러움 때문이라고 한다. 

  “송이는 항암작용이 있고 면역력도 개선시키고, 소화에 좋고 성인병에도 효과가 좋다고 하더라고요. 송이는 손질을 할 때 대나무 칼로 살살 흙 묻은 껍질만 벗겨내고 드시는 것이 제일 좋아요. 입안에 소나무 향이 은은하게 퍼지거든요. 5년 전만 해도 송이는 양양이 제일 많이 낫죠. 그런데 지금은 봉화나 홍천, 포항에서도 받아와요. 그런데 양양 송이는 향도 좋고 크기도 튼실하고 탱탱해요. 그래서 양양 송이를 금송이라고 쳐 주나 봐요.”



  그녀가 끓여주는 송이전골의 육수는 남다른 정성이 담겨 있다. 직접 재배한 파뿌리와 무를 말려서 다리고, 황태머리와 능이, 다시마를 넣어 한참을 또 우려낸다. 육수 위에는 송이와 한우, 꽃송이버섯과 능이버섯, 팽이버섯 등을 가지런히 올렸다. 그 향도 좋지만 건강한 음식을 대접받는 기분이다. 



  송이의 독특한 향은 오래된 송진향과 비슷하다. 특유의 향기를 오래 보관하려면 급냉동을 하는 것이 좋다. 송이 한 개, 한 개를 은박지나 창호지, 신문지에 싸서 비닐백에 보관하면 그 향과 맛이 2년은 간다. 


  9월에서 10월 초면 새벽부터 송이를 따는 사람들의 발길이 바빠진다. 송이 균환의 수명이 30년은 간다고 하니 자식들에게도 알려주지 않던 귀한 송이밭도 다행히 30년을 갈 것이다. 나도 이번 가을에는 싱싱한 송이를 조금 사다가 쪽쪽 찢어서 고추장에 박아 놓아야겠다. 꼬득 꼬득한 송이에 장이 배이면 보리밥에 비벼먹을 생각이다.        



[도움 주신 분]

양양의 송이버섯마을은 김용원(여, 61세) 배명현(남, 54세) 부부가 23년간 운영하고 있다.

늘 웃는 모습으로 손님을 대하는 그녀의 얼굴이 인상 깊다.      


* 위 글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원연합회 지역n문화에 게재된 글입니다.    

https://ncms.nculture.org/food/story/2005?_ga=2.49438438.1351539288.1613098536-477163452.1613098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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