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등 떠밀려서 살았었던 적이 있었어.
수없이 날아오는 공을 향해 미친 듯이
라켓을 휘둘러대는 것처럼 살고 있었지.
운 좋게도 그 많은 공들을 다 쳐내면서 살 수 있었지.
내가 잘 해내고 있다고 난 항상 생각했었지.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리던 시절을 보내면서도
가끔씩은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그 어딘가로 떠나서
며칠쯤 숨어있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었지.
그러다가 숨을 자리를 찾을 필요도 없이
등 떠밀던 모든 일들이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어, 거짓말처럼.
그제야 알게 되었지.
그동안 내가 잘 해내고 있었다는 생각은 커다란 착각이었다고.
잘 짜인 각본처럼 내 인생은 스스로 잘 굴러가고 있었던 거야.
날 향해서 날아오던 공들은 내게 도달하기도 전에
다시 돌아갈 공들이었다고.
난 뻐기면서 라켓만 휘두르고 있었다는 것을,
숨을 자리가 필요 없어진 지금에야 알게 되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