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 달리는 10분

by 세필

정말 오래 걸렸다. 눈을 뜨자마자 달리는 걸 실천하기까지.


멈췄던 달리기를 다시 시작하는 때는 항상 겨울이 한창일 때였다.

적절한 방한 처리도 없이, 봄가을과 다를 바 없는 얇은 바지와 반팔 티셔츠, 후드 재킷을 입고,

새벽 추위를 그대로 몸으로 느끼며 시린 손을 꾸역꾸역 움켜쥐며 달린다.

추위에 노출되면 뇌가 활성화된다니 뭐니 하는 어떤 박사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막상 달리다 보면 추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추위 속에서 일정하게 호흡을 유지하는 것, 적응하지 못한 무거운 다리를 움직이고 추위에 굳어 있는 관절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것, 터질 듯한 가슴을 견디며 계속 달릴지 말지를 고민하는 것.

달리면서 내 몸에 일어나는 모든 반응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것만이 머리속을 가득 채운다.

그럼으로써 현실에서 살짝 벗어나 나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은 달리나 보다.

그래서 나는 멈춰섰어도 여전히 달리려고 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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