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입방정

화재 현장에 대한 작은 기억

by 세필

한 시골 마을 집에서 큰 불이 나 출동을 나간 적이 있다. 의무소방으로 군 복무를 마친 지가 벌써 사 년이 넘은지라 그 집이 어떤 몰골을 하고 있었는지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 집에서 두 명이 검댕 묻은 주검으로 들려 나왔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기억한다.


화재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대원들이 아이 하나와 그 어미로 보이는 여자 하나가 침대 밑에서 질식사한 것을 발견했고, 그 와중에 마당에는 집주인으로 보이는 깡마른 아저씨가 땅을 치며 울고 있었다. 화재 원인을 조사하러 나온 간부가 아저씨를 일으켜 세워 현장 밖으로 내보냈다. 불길이 완전히 잡혀 연기가 보이지 않을 때쯤에서야 사설 앰뷸런스가 현장에 도착했고, 거기서 나온 두 아저씨들이 방 안에 늘어진 주검을 다시 앰뷸런스에 실어 갔다.


이 주검에 관해서 현장에서는 많은 추측이 오갔는데, 그중 가장 유력했던 것은(사실 회자되는 이야기가 이것밖에 없었다), 집주인이 먼저 아내와 자식을 살해한 다음 집에 불을 질러 사고사로 위장한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아마도, 불이 났다면 침대 밑으로 숨을 것이 아니라 집 밖으로 뛰쳐나가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행동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생각에 말미암은 추측이었을 것이다. 집주인이 들으면 어떤 사단이 날까 심히 걱정되었지만 설득력은 있었고, 실제로 화재조사반 간부들 중 하나가 그럴 거라고 확신에 차서 떠벌거렸다. 주변에서 이야기를 주워들은 다른 소방관들도 동의하는 듯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현장 근처에서 카메라 끌고 어슬렁거리던 지방 방송국 기자들도 얼핏 그 이야기를 들었으리라. 그러나 아무리 소방관 몇 사람이 열심히 자기주장을 늘어놓는다 해도 그 주장의 옳고 그름을 증명할 길은 없다. 소방관은 사망자의 주변 사정이나 사인에 관한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그런 일들은 경찰과 의사가 할 일이다. 소방관은 그저 불을 끄고 사람을 구하고 뭣 때문에 불이 났는지를 추정할 뿐이다. 그 여자와 아이의 사인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 한낱 구급대원 보조로서 현장 주변을 맴돌기만 한 나는 모른다.


한 사람의 죽음이 알려졌을 때, 그 소식은 그와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에게도 적잖은 충격을 준다. 그러나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뻔뻔하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그 죽음이 지워졌든 지워지지 않았든. 거기에는 죽은 이와 그 유족에 대한 존중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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