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에서

by 세필

삶에는 어느 정도의 보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아니 보험보다는 안전벨트라고 하는 편이 훨씬 어울릴 것이다. 어찌 보면 생물의 생존 본능에 충실한 마음가짐이다. 언제나 도망갈 구석은 만들어 놔야 마음이 든든해지는 법이다.


글을 쓰는 일에 한창 재미 붙일 때쯤, 열심히 활동하던 글짓기 모임의 몇몇 분들이 소설을 쓸 거라면 순문학을 써보라고 권했다. 당시 나는 판타지 소설 비슷한 것을 한 편 끝마친 뒤에야 글 쓰는 걸 본격적으로 취미 붙이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고등학생 시절 숨죽여 읽은 <눈물을 마시는 새>와 같은 글을 쓰고 싶었기 때문에, 정반대 느낌의 순문학을 쓰면 좋겠다는 그 말씀은 도통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쩌면 그 시절에는 내가 그런 ‘무언가’가 있는 글을 쓸 자신이 없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글짓기 모임이 어영부영 파한 뒤부터 지금까지, 나는 어쩌다 보니 순문학 작가를 꿈꾸고 있다.


티끌만큼의 재능이 몇몇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고, 그 재능을 어떻게든 살려보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그 재능만으로 먹고살 궁리를 하는 것이 당연한 심리라고 생각한다. 나도 한때 여느 베스트셀러 소설가와 마찬가지로 글만으로 벌어먹는 삶을 고민했고, 지금까지도 그러는 중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또 의견이 갈리는 모양이다. 작가라면 글로만 먹고살아야 한다는 부류가 있고, 플랜 B가 있어야 글쓰기가 밥벌이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는다는 부류도 있다. 전자는 삶의 매 순간이 고달파질 것 같고, 후자는 어째 하나에 전념하지 못하는 삶이 될 것만 같다. 아무튼 그런 고민을 벌써 3년 동안 질질 끄는 중이다.


어쩌면 나는 예전에 들었던 순문학의 권유에서 가장 중요할 한 마디를 간과했기에 지금까지도 이리 갈팡질팡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소설을 쓸 거라면’. 그 한 마디에는 무척이나 현실적인 조언이 숨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만일 지금 이 시점에서 저 말을 다시 듣게 된다면 이렇게 들릴 것이다. ‘그렇게 추천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쓰고 싶다면’.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있지도 않은 토대에 몸을 비빌 것인가, 그 허상의 토대마저 부숴버리고 자유낙하를 감행할 것인가. 기왕이면 자유낙하를 하는 편이 더 재미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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