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비

by 세필

추적하게 내리는 빗방울은 굵다

여기 비 내리는 곳 너머

뒷산 너머는 노을이 빠알갛다

회색 구름이 듬성히 박힌 저녁놀은 으레 그렇다


노을이 좋고 빗줄기가 싫다

노을이 싫고 빗줄기가 좋다

나는 한 마리의 여우가 되어

주인 없는 쓰다듬에 마냥 좋아 뒹군다


빗소리는 이윽고 잦아들고

여우는 다시 사람이 되어 일어나

꿉꿉한 노을이 가라앉는 모습을

메마른 눈꺼풀로 쓸어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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