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하게 내리는 빗방울은 굵다
여기 비 내리는 곳 너머
뒷산 너머는 노을이 빠알갛다
회색 구름이 듬성히 박힌 저녁놀은 으레 그렇다
노을이 좋고 빗줄기가 싫다
노을이 싫고 빗줄기가 좋다
나는 한 마리의 여우가 되어
주인 없는 쓰다듬에 마냥 좋아 뒹군다
빗소리는 이윽고 잦아들고
여우는 다시 사람이 되어 일어나
꿉꿉한 노을이 가라앉는 모습을
메마른 눈꺼풀로 쓸어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