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지 않는다면
그리고 날이 너무 덥지만 않다면
산책을 하는 것도 좋겠다
행려병자 꼴을 하고서 가까운 옆 도시까지
터벅 터달 하며 걷는 것도 좋겠다
버스를 타는 것도 좋겠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버스로
종점에서 내리는 것도 좋겠다
아니면 이름이 예뻐 보이거나
아니면 이름이 이상해 보이는 그런 정류장에 내려
터벅 터덜 하며 걷는 것도 좋겠다
그러다 다리가 부을 때에 즈음해서
두리번거리며 카페를 찾다가
미니멀한 간판의 카페로 들어가 아메리카노를 시켜
미니멀한 의자에 앉아 눈을 지그시이 감고
커피향에 취해 보는 것도 좋겠다
그렇게 카페가 문을 닫을 때까지 창문 너머 도로에
차가 몇이나 지나가는지 세어보기도 하고
노트를 꺼내 이렇게 아무렇게나 끄적여보기도 하고
그러는 것도 마냥 좋겠다
이윽고 카페가 문을 닫고
아깝게 마지막 버스가 지나가 버려도
택시를 잡지 않고 휴대폰으로 내비를 켜고서
지저분한 집까지 터벅 터덜 하며 걷는 것도 좋겠다
비가 오는 것도 좋겠다
날이 조금은 뜨거워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