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지 맙시다

by 세필

당신의 이해를 바라지 않습니다.

당신을 이해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렇지만 혹여나 당신이 나를 이해하려 한다면

나를 그렇게 이해하지는 말아줬으면 합니다.

당신이 나를 이해하려 한다면

나는 당신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내 바늘구멍과도 같은 눈으로

치졸하고 옹졸하고 찌질한 마음으로

당신의 그 보이지 않는 속을 내 멋대로 상상해야 하기에

그리고 당신도 나를 그렇게 상상할 수밖에 없기에

그러니

서로 이해심이라는 말은 접어둡시다.

제게는 지금까지 주욱 그래왔듯

당신의 그 메마른 눈시울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당신도 제 축축한 시선만으로 충분하길 바랍니다.

그리하여

메마르고 축축한 눈과 눈으로

서로 가슴을 매만져 주는 걸로 갈음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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