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팔러 나가며

by 세필

비 오는 날

나는 책을 팔러 나간다

상자 속에 책꽂이에

태평하게 박혀 있는 책들을

하나씩 가방 속에 쌓는다


그리고는 매정하게

이놈들의 몸값을 셈쳐본다

흰 놈은 이천 원

퍼런 놈은 사천 원

그리고 유 작가는 구매가의 반값


묵직해진 가방을 등에 겨우 업고

버스를 기다린다 그러다가

나는 무심결에 키킥 소리를 내다

소리내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린다

내 손때 묻은 아그들


가방이 가벼워져서 비는 그쳤고

나는 또 버스를 기다린다

주머니의 육만구천삼백 원이

정신사납게 짤랑거린다

그놈들의 값어치는

어차피 그 정도뿐이 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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