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성

by 세필

어릴 적 봤던 그러니까

아직은 누구 머리를 밟고 오르는 방법조차

알지 못했던 때의 밤하늘에는

언제나 물주걱이 있었다

그리고 그 자루 끝에는 언제나

유독 밝게 빛나는 별이 하나 있었다

움직이는 일 없이 북쪽만을 가리키는 별이


도심의 밤하늘은 여느 때와 같다

그 별도 분명 같은 곳에서 그때처럼 빛나야 할 텐데

이제 보이지가 않는다

북쪽에서 빛나던 그 별은 시나브로

그동안 밟힌 머리에서 흐른 피와 뇌수를 먹으며

밤하늘에 묻혔다

까맣게


그러나 이미 알고 있을 거다

이 막막한 도시에서 도망 나와

어릴 적 때묻지 않은 그곳에서 다시 고개를 치켜들면

보일 게다 피가 엉겨 굳어버린

딱지를 살살 떼어내며

은빛 머리칼 찰랑 풀어헤칠 북극의 아이를


나침반을 잃어버린 바보는 아이의 은발을

아이의 백금 소매를 쫓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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