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미래의 내 행보를 판가름할 몇 가지 분기점은 존재하는 듯하다.
그 분기점은 지금까지는 무슨 거창한 사건 같은 게 일어나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정말이지 사소한 계기에서 생기는 듯하다. 아마도 스물일곱 해를 살면서 두세 번의 분기점이 있었을 것이다. 가장 확실한 것은 고등학교에서 문이과를 결정할 때와 대학교 4학년, 교육실습을 거부하고 휴학해버린 사건이다.
문이과를 결정할 때, 그때는 정말 단순한 이유로 이과를 선택했다. 국사와 사회 점수가 좋지 않았고 때마침 과학이 꽤나 재밌었다는 이유로. 그래서 대학교는 언제나 자연과학대를 지망했고, 어쩌다가 수학교육과에 입학했다.
수학교육과에 입학한 후 이제껏 겪지 못한 어려움에 맞닥뜨렸지만, 그래도 이왕 들어왔으니 열심히만 한다면 못할 일도 없겠다 싶었다. 그러나 이전부터 수학을 그렇게 즐겨하지도 않았을뿐더러, 오히려 교양으로 들었던 인문학과 수업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수학이야 고등학교 입시 공부처럼, 임용시험 준비를 해야 하니까 어쨌든 해야 하는 것일 뿐. 어쩌면 대학 신입생 시절부터 군 입대 전까지의 대학 생활은 다음 분기점에 다다르기 위한 준비였거나 전조였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 순간까지 내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분기점은 역시 휴학 사태다. 철학과 복수전공을 철저히 부정당하고 의미 없이 신청한 6개월의 휴학 기간 동안, 처음으로 글쓰기에 관심을 가졌고 글쓰기 모임에서 활동하면서 작가를 꿈꾸게 되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그 꿈을 버리지 못하고 졸업하고 3년 동안이나 방황하는 중이다.
이 분기점들이 과연 내게 이로운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분기점에서 내가 고른 선택들이 되려 내 삶에 혼란만 가중시키는 것 같다. 분기점이 없었더라면 적당적당히 수학 선생으로 먹고살고 있겠지만 이렇게까지 이상한 길에 홀릴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잘못된 선택을 한 걸까. 사실 잘 모르겠다. 애초에 인생이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주어진 선택지가 있는 것도 아니니. 결국엔 내가 선택한 일들이다.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걸어버렸다면, 적어도 후회할 일은 없게끔 만들어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