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 준비

2019. 12. 15.

by 세필

이것들 좀 봐요. 아주 종합 선물 꾸러미가 따로 없네. 다들 전과 10범 이상인 놈들입니다.


시체더미를 지나며 불한당들의 얼굴을 확인한 청 도수가 혀를 끌끌 찼다.


그런 놈들이 뭣하러 어르신을 노린단 말인가.

낸들 알겠습니까. 아무튼 우리 도대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들겠습니다.

별순대가 필요하겠군.

예, 어쩔 수 없지만 그쪽이 낫겠습니다.


지원 요청을 적은 쪽지를 송홀에 묶어 별순청으로 날려 보냈다. 해는 뒷산으로 넘어간 지 오래다. 앞뜰 가운데 작게 난 연못 위에는 바람결에 이지러진 달토끼가 잘게 떨고 있었다.


제조님.


청 도수가 불한당들에게서 빼앗은 총통을 건네주었다. 탄주머니 두 개, 주머니 하나에 알 스무 개. 대충 확인한 뒤 총통 꽁무니에 주머니를 달았다.


이놈들이 이런 걸 가지고서 왜 쓰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얼마 안 있으면 분명 시끌벅적할 것이 뻔하니 챙겨놨습니다.

자네들 것은 챙겼는가.

잡힌 놈이 셋뿐이라 다 낭도에게 줬습니다. 저희 도수들은 요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청 도수가 육각 곤봉을 흔들었다. 그리고는 어르신 용태를 확인해 보겠다고 자리를 떴다.


이제 불한당들이 곧 쳐들어올 것이다. 허리춤 겨우 닿을 담장 너머 풀숲에서 조만간 반짝거리는 꽃이 열렸다 닫혔다 할 것이다. 달빛에 부들대는 버드나무 아래서 수꿩이 날개를 활짝 펴고 꿩꿩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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