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안녕하십니까.
저는 꽤 안녕한 나날을 지내고 있습니다. 사실 특별한 건 없습니다. 그러니까 안녕한 것이 아니겠어요?
그래도 좀 더 자세하게 풀어보자면 이렇게 되겠군요. 아침엔 늘 하던 대로만 걸음을 걸었습니다. 만 걸음은 중요합니다. 만보기 어플에서 무려 백 원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하루의 시작을 백 원 받기로 한다니, 이 얼마나 즐거운 일입니까? 한 달이면 삼천 원, 삼천 원이면 로또가 세 장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이제부터 만 걸음을 걸어보세요. 하루에 로또 번호 십 분의 육 개가 생깁니다.
아, 만 걸음 걷기 전에 글을 썼다는 얘기를 빼먹었군요. 전 일어나자마자 글을 씁니다. 미처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마구잡이로, 아무거나 떠오르는 대로 휘갈겨 버리죠. 글씨가 정갈한지 아닌지는 신경 쓸 시간이 없습니다. 아침잠에서 깨었을 때 사라지기 일보 직전인 무언가를 찾아내려면 글씨에 신경 쓰는 일 따위는 팽개쳐야 합니다. 그렇게 갈겨쓰다가 손이 멈추면 그대로 펜을 놓습니다. 그리고 걸으러 나가는 거죠. 네, 아침에는 이것만 합니다. 쓰기, 그리고 걷기. 뭐요? 출근은 어쩌냐고요?
전 출근할 곳이 없는데요.
아무튼 아침을 언제나처럼 보내던 대로 보내고 이제 오후를 보내야 하겠죠? 전 오후에 티타임을 가집니다. 티타임이라고 해도 찻잎을 종류별로 준비한다거나 다과를 수북이 쌓아놓는다거나 다기를 요란하게 준비한다거나 하는 건 아닙니다. 그냥 집 근처 커피집에서 차 한 잔 타 마시는 거죠. 전 다도를 알지 못합니다.
주로 마시는 건 밀크티입니다. 우유에 홍차를 섞는 거였는지, 홍차에 우유를 섞는 거였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만 어쨌든 저는 매일 오후 두 시에 베르가못 향 가득한 밀크티를 차갑게 마십니다. 아, 까맣고 쫀득쫀득한 타피오카 펄이라는 알갱이도 몽땅 집어넣어서 말이죠.
그렇게 전 안녕히 지냈습니다. 네? 저녁엔 뭘 했냐고요? 글을 쓰고 잤습니다.
왜 또 글을 쓰냐고요? 이리로 와 보십시오. 네. 당신 말입니다.
귀 좀 가까이 대 주시겠어요?
내 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