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여, 당당하게 일어나시길.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이들이 일하고 있으며, 그와 비슷하게 많은 이들이 당신처럼 일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당신은 자책할 필요가 없습니다. 항상 당당히 사시길.
일을 하고 싶으나 여의치 않아 어쩔 수 없이 백수 신세를 지고 있다면 더더욱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당신이 지금 당장 누군가에게 빚지고 있다는 죄책감에 휘말려 있다면, 그 죄책감은 일자리를 잡고 난 뒤로 미루려고 노력하십시오. 여러분의 제1 목표는 취업일 테니까요.
그러나 저와 같은 부류의, 그러니까 일하고 싶지 않은 백수라면 어떨까요? 우리들은 사회적으로 지탄받아 마땅한 이들인가요? 혹여 누가 그렇게 저를 까내린다면 전 말할 겁니다. 누구도 나한테 그럴 권리는 없다고. 그런 식으로 비난하는 이들은 그저 자기들이 뼈빠지게 일하면서 얻은 피폐함을 속 편해 보이는 누군가에게 빨리 털어버리고 싶어서 그러는 겁니다. 아니면 그냥 질투하는 걸 수도 있고요.
사람은 분명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무엇에 집중할 권리가 있고, 그건 꼭 노동이라는 형태로 나타날 필요가 없습니다. 노동은 개인이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하나의 방편일 뿐입니다. 도대체 노동이 신성한 거라는 말은 누가 지어낸 망발입니까?
백수여, 사회가 여러분을 미워하더라도 부디 마음 꺾이지 마시길.
당신이 백수라는 낙인이 찍혔다 하더라도, 분명 당신은 그 낙인 아래서 골방에서 썩어갈 뿐인 사람은 아닐 겁니다. 분명 당신에겐 당신만이 꿈꾸는 나름의 비전이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그걸 이루려고 노력하세요. 형편이 여의치 않다면 급한 대로 짧게 일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렇게 번 돈을 여러분의 텅 빈 일과를 채우는 데 쓰세요. 그러나 너무 오래 일하지는 마십시오. 뭘 하든 당신에겐 맞지 않는 일일 테니까요.
이 사회에서, 노동이 어쩌다가 의무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백수라고 당당히 말하는 사람은 어쩌면 스스로 벼랑 끝으로 몰리기를 바라는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두가 인정하지 않을 겁니다. 당신을 어떻게든 깔보고 무시하고 폄하할 겁니다. 당신은 사람으로서 취급받지 못할 겁니다. 그러나 저는 이미 벼랑 끝에 선 당신이 백수이기를 포기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여의치 않으면 그냥 뛰어내리십시오. 아니, 차라리 뛰어내리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당신은 이왕이면 그런 백수가 되어야 합니다. 사회의 안전망 밖으로 뛰쳐나올 용기를 가진 백수, 그럼으로써 어느 한 곳에 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삶을 사는 백수가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