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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남우 Mar 18. 2022

세포배양육의 의의: 죽음 없는 육식의 탄생


 <죽음 없는 육식의 탄생>은 ‘저스트(잇저스트)’라는 푸드테크 스타트업과 창립자 조시 테트릭을 중심으로 세포배양육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저스트사 테트릭은 "비건 마요네즈가 진짜 마요네즈처럼 원래 제품명 그대로 진열대에 올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105) 


   마요네즈 자체에 '달걀을 함유해야 한다'라는 정의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달걀이 함유되지 않은 비건 마요네즈는 마요네즈로 인정받지 못한다. 또한 일반 식품 회사들과 마찰을 피하기 위해선 비건 식품은 반드시 비건이라고 명시해야 하고 일반 식품과 진열대에 나란히 놓일 수 없다. 테트릭은 굳이 '비건'이라고 붙이지 않아도 마요네즈로 인정받기를 원한다.




"자신이 먹어야 할 음식이 자연이냐, 인공이냐를 물어서는 안 된다고 그는 단언했다. 그보다는 "이것은 좋은 음식인가, 아닌가?"를 자문해야 한다는 것이다.(136)


자연과 성형, 자연과 도시···. 자연과 인공의 대립구조에서 자연은 언제나 좋은 이미지에 속해왔다. 많은 사람들이 동물을 도축하여 얻은 고기를 선호하고 인공적으로 발명된 세포 배양육에 반감을 갖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완전한 자연식품을 계속 추구하기엔 자연은 한정적이고, 더군다나 기후 위기를 맞닥뜨린 지금 세대는 과학 기술에 의존한 대체식품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저자는 음식을 소비할 때 '좋은 음식인가, 아닌가'를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것은 음식 자체만을 두고 평가하는 게 아닌 경제적영양학적윤리적인 부분을 다 따져봐야 한다.


경제적인 부분은 자신의 주관으로 충분히 판단하기 쉽고, 영양학적 부분은 제품 뒷면에 식품 영양정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윤리적인 부분은 알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지나치기 쉽기 때문에 자주 간과된다. 계란을 살 때 껍질에 새겨진 유통 번호를 확인하고 구매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사육환경 번호 4'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인지하는 사람도 드물다. 또한 고기집에서 푸른 잔디 위를 거니는 소 사진을 보고, 그 식당의 고기가 사진 속 모습과 같이 방목형태의 축산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날카롭게 지적하기도 힘들다.


깊게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유통 과정 속 잔인함에 무감각해진다. 좋은 음식이란 가성비 있고 영양소가 골고루 있는 음식, 그리고 식탁 위에 놓이기까지 과정이 윤리적인 음식이다.



"동물은 우리가 지금까지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사용해온 일종의 기술입니다."(225)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물음은 '진짜 고기란 무엇일까'이다. 이 부분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사전에서는 '식용하는 온갖 동물의 살'이라고 정의하는데, '동물의 살'이라는 조건을 탈피하여 고기의 의미를 재정의하는 것이 세포 배양육을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인 것 같다. 동물에게서 얻은 고기가 주는 맛, 영양소, 식감이 비슷한 모든 것들은 다 고기라 부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전통적 축산 방식, 세포 배양육 전부 고기를 생산하기 위한 하나의 '기술'이라는 말이 설득력 있게 들렸다.






�해마다 증가하는 것: 온실가스, 축산업에 소비되는 비용, 도살되는 가축 수, 줄어드는 어종 수


   처음 '세포 배양육'이라는 개념을 접한 건 영화 <옥자>에서였다. 그때 언젠가 등장하리라 생각했던 세포 배양육이 아직 시장에 유통되지 않았을 뿐 시식회까지 열렸고 연구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이제 진짜 거의 다 왔다고 생각했지만 <죽음 없는 육식의 탄생>을 읽고 세포 배양육 분야가 넘어야 할 산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식감, 맛, 냄새, 영양소가 실제 고기와 다를 게 없다면 그것을 거부할 이유가 있을까? 없다. 막을 이유가 없는데도 세포 배양육을 경쟁상대로 생각하는 식품 회사들, 그것에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소비자들, 심지어 연구를 법으로 금지하는 국가도 있다고 한다. 세포 배양육의 가장 큰 의의는 '죽음 없는 육식의 탄생'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적극적으로 연구되어야 하는 분야이니만큼 인공 고기에 대한 사람들의 거부감을 허무는 일이 가장 첫 번째 과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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