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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돋을볕 Nov 17. 2021

나의 인생 영화 세 편

스스로 톱아본 세 편의 인생 영화 소개

1. 인생은 아름다워(life is beautiful) / 로베르토 베니니(Roberto Benigni) 감독/ 1997년作     



  빨간 벽돌로 지어진 시골교회는 크게 두 공간으로 나뉘었다. 긴 의자가 놓인 넓은 공간은 예배당이었고, 커다란 유리 창문이 있던 방 같은 공간은 우리들의 세상이었다. 새로 부임해 온 젊은 목사님과 사모님은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셨다. 목사님께 플로피 디스크를 넣고 부팅하던 D.O.S부터 스스로 모든 것을 하던 윈도우즈까지 배웠다. 사모님께서는 피아노 연주를 정말 잘하셨는데, 우리는 하교 후 모두 교회로 달려가 피아노와 컴퓨터를 배웠다. 토요일 저녁이면 교회는 영화관으로 바뀌었다. ‘타이타닉’과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같은 영화를 보았다. 그리고 나의 인생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만났다.

     

  유대인 학살이라는 비극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에도 이 영화는 장르가 무려 코미디다. 유쾌하고 따뜻한 ‘귀도’와 단단한 믿음으로 살아가는 ‘도라’, 순진하고 사랑으로 중무장한 아들 ‘조슈아’가 주인공이다. ‘귀도’는 아들 ‘조슈아’의 몸과 마음을 지키기 위해 유대인 수송 열차를 ‘소풍’으로, 유대인 수용소를 ‘1등 하면 탱크를 받을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든다. ‘도라’를 위해 전체 방송으로 음악을 내보내고 “안녕하세요, 공주님” 익숙한 인사를 건네는 ‘귀도’는 시종일관 로맨티시스트다. 배경과 일어나는 일들은 매우 비극적이고 처참한데 영화는 시종일관 유쾌하고 따뜻한 ‘귀도’를 보여주며 심장이 분열되게 만든다. 특히 후반 후에 철제 선반에 ‘조슈아’를 숨겨둔 채 여장을 하고 ‘도라’를 찾으러 나갔다가 독일군에 발각된 ‘귀도’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우스꽝스럽고 과장된 모습으로 걸으며 ‘조슈아’를 향해 날리는 윙크. 언제나 내 인생 영화로 꼽지만 차마 다시 보기 두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2.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 조 라이트 감독 / 2006년作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 정확히는 비가 지면에 떨어질 때 내는 각양각색의 파열음, 공기를 가로지르는 청아함, 거리의 적막함, 우산 위에 똑똑 안부를 전하는 신선함, “비가 와서~”라는 합당한 핑계를 대고 저마다의 공간에서 적막과 고독을 향유할 수 있는 순간을 사랑한다. 그리고 비가 오면 이 영화를 본다. 


  남자의 오만과 여자의 편견이 미묘한 갈등을 일으키며 극과 극으로 달린다. ‘다아시’의 뻣뻣한 목과 ‘엘리자베스’의 흘겨보는 눈빛 속에 둘은 매번 충돌하고 부서지며 스스로를 그리고 서로를 회복시킨다. 비가 오는 날 이 영화를 보는 이유는 ‘비’가 이 영화 속에서 매우 중요한 매개체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비를 맞으며 ‘빙리’를 찾아간 언니 ‘제인’은 사랑에 빠지고, 폭풍우 치던 날 ‘엘리자베스’와 ‘다아시’는 빗속으로 뛰쳐나가 폭발하듯 싸운다. 이윽고 ‘다아시’의 거세게 튀어나온 고백을 ‘엘리자베스’가 외면하고, 거절과 함께 화면이 줌 아웃하면서 비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엘리자베스의 실루엣이 보인다.


  한 장면 한 장면 배경과 음악이 정말 아름답다. 햇빛을 맞으며 책을 읽는 엘리자베스의 모습부터, ‘제인’을 만나기 위해 ‘다아시’의 집으로 가는 여정의 배경들, 돼지 오물과 진흙이 뒤엉켜 질퍽질퍽한 땅 위에서 그네에 앉아있는 엘리자베스의 모습 등 화면만 보고 있어도 저절로 마음이 탁 트인다. 배경 음악들은 또 어떤가. 플랫이 요동치는 피아노 연주는 때마다 심장을 저릿저릿 쿵쿵 떨어지게 한다. 



3.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The Spiriting Away Of Sen And Chihiro) / 미야자키 하야오/ 2001년作     


  이 영화는 굳이 설명이 필요할까.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은 어느 것 하나를 들여다봐도 한번 보고 말 작품이 없다. 그중에서도 한 작품을 꼽는다는 게 너무 죄송스럽고 나 스스로가 자격 미달인 것 같지만 그래도 굳이 한 작품을 적어 봤다. 가장 많이 본 작품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다. 2015년에 고화질로 디지털 리마스터링 작품까지 나왔을 때의 그 설렘이란!


  영화의 뒷이야기를 알아보는 재미도 쏠쏠한데, 친구의 딸 ‘치아키’를 모델로 그려서 본래 <센과 치하키의 행방불명>으로 작명될 예정이었다고 한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즉흥적으로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탓에 초반에는 영화 상영 예정시간만 3시간이 넘었다고 한다. 



  영화에 대해 쓰고 있자니 빨리 영화를 보러 가야 할 것 같다. 코로나 시국이니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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