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 우리반
오늘의 수업.
아이들이 대부분 부담스러워하는 수학시간이다. 그것도 3학년 아이들이 젤 어려워하는 이산량을 분수로 나타내는 단원.
오늘은 대분수를 가분수로, 가분수를 대분수로 바꾸는 과정을 공부한다. 아이들이 특히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하나를 조각내어 분수로 표현했던 1학기 내용과 달리 2학기 수학의 이산량 분수 개념도 어렵다. 게다가 대분수와 가분수 값을 서로 전환하는 과정은 익히는데 정말 힘들어 한다. 그래서 이 단원을 할 때마다 모형으로 공부하고 분수를 손과 몸을 이용해 지도하면서 시간이 늦더라고 공들여 가르치는 부분이다.
대분수를 그림으로 표현해서 직관적으로 알아보게 하고 다시 숫자로 치환한다. 1학기 때 배웠던 단위분수를 이용하여 가분수로 바꾼다. 가분수에서 다시 대분수로 바꾸는 과정에서 교과서 문제를 순서대로 풀지 않고 우선 두 분수의 연관성을 강조하면서 정리한다. 아이들이 알아듣고 있는지 느껴질 때까지 예시를 달리하면서 반복적인 원리를 계속 알려준다. 그리고 한 명씩 모두 풀고 스스로 그 과정을 설명하도록 했다. 발표하는 아이는 문제의 해결과정을 설명하고, 앉아 있는 아이들은 친구 수대로 반복해서 들으며 풀이 과정을 머릿속에 인식시킨다.
어느 순간, 아이들의 눈이 커진다.
“와!”
“와! 진짜 그러네?”
“와! 선생님, 진짜 신기해요!”
아이들의 탄성 같은 소리가 들린다. 웅성웅성. 뭔가 싶던 아이도 옆 친구가 설명해 주니 눈이 반짝하면서 입을 벌린다.
“와! 그렇구나!”
계속 설명하고 함께 해결한다. 이제 각자 한 이해를 바탕으로 개인 문제를 푸는 시간. 수학을 가장 어려워하는 아이가 역시 첫 문제에서 연필을 대지 못하고 있다. 슬쩍 옆으로 가서 묻는다.
“조금 헷갈리지? 처음이라 당연한 거야. 선생님이 도와줄까?”
“네, 좀 도와주세요.”
아이를 향해 허리를 굽힌다. 전체를 알려주기보다 아이가 생각의 흐름을 잡을 수 있도록 단계를 나누어 힌트를 준다. 아이는 그 힌트를 바탕으로 천천히 첫 문제를 풀었다. 그리고 두 번째 문제, 조금 힌트를 줄인다. 마지막 문제. 드디어 혼자 풀었다.
”자, 얘들아! 우리 푼 문제 답 확인해 볼까? “
한 명씩 답을 이야기하고 설명한다.
”정답! 잘 이해했구나.”
“우리 마지막 문제는 oo이가 해볼래? 어려우면 선생님이 도와줄게.”
“저… 틀린 수도 있는데요…”
“괜찮아, 우리 다 아까는 아무것도 몰랐잖아? 생각하는 속도도 차이가 있는 거야. 그리고 천천히 생각하면서 해도 돼. 배우는 중이니까 틀릴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는 거지.”
“어…. OO이요.”
“와! 정답이에요. 혼자 생각해서 바르게 잘 해결했네. 그렇게 하면 돼요.”
평소 자신 없어하는 친구가 정답을 맞히니 친구들이 와하며 박수를 쳐준다. 아이는 멋쩍어하면서도 뿌듯해했다.
수학시간이 끝났다. 아까 신기해하던 아이가 반짝거리는 눈으로 다가온다. 평소 수학을 어려워하던 녀석이었다.
”선생님, 수학이 진짜 재미있어요! “
옆에 있던 여자아이가 말한다.
”맞아요, 수학이 어려운데 재미있어요! “
이게 무슨 반응인가 싶어 웃음이 터져 나왔다.
”뭐라고? 대분수 가분수 바꾸는 게 재미있어? 어렵지 않고?”
“네! 재미있어요!”
"진짜?"
"네!"
“선생님, 오늘은 수학미션 10문제 내주시면 안 돼요?”
아까 수학을 어려워하던 녀석의 요구. 우리 반은 매일 3~4문제의 그날 배운 수학문제로 알림장 미션이 있다.
“야! 선생님, 10문제는 많으니까 8문제만 내주시면 안 돼요?
“그럴까?”
“저는 오늘 다 풀고 갈 거예요.”
오늘 알림장 미션은 6문제다. 대신 대분수로 바꾸기, 가분수로 바꾸기를 섞어서 문제로 냈다. 아까의 여운이 있어서인지 알림장 문제를 쓰자마자 문제를 푸는 아이들이 보였다. 하지만 번뜩이던 깨달음으로 반짝거렸던 아이들의 몇몇 손은 다소 느려지고 한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골몰한다.
“아, 이게 뭐였지? 아까는 금방 풀었는데?”
“이거 이렇게 하면 됐잖아.”
옆의 친구가 훈수를 둔다.
“아! 맞다!”
아이는 신나게 문제의 답을 쓴다.
수학 문제를 풀고 박수를 받았던 아이는 한 문제 풀어보더니 생각이 안 나는지 고개를 들어 묻는다.
“선생님, 이거 잘 못 풀면 내일 아침에 선생님한테 물어봐도 돼요?”
“그럼, 당연하지. 혼자 생각해 보고 힘들면 내일 아침에 선생님이랑 같이 해보자.”
“아까는 알겠는데 지금은 조금 모르겠어요.”
“당연한 거야. 처음 배운 거니까. 그러니까 연습이 필요한 거지. 지금 생각 안 난다고 너무 속상해 하지만. 원래 그런 거야.”
풀리지 않아 속상했던 아이의 표정이 조금 풀린다. 그래도 깨닫는 순간을 느꼈다는 게 기특했다. 수학이 재미있어졌다니. 수업을 한 교사로서 가장 기쁜 날 중의 하루이지 않을까 싶다.
얘들아, 아마 내일 수학시간이면 다시 헷갈릴거야. 속상하겠지? 당연한 거야. 너희는 이제 처음 배운 거니까. 속상하다는 건 해내려고 하는 너희들의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얘기야. 그리고 깊은 배움은 언제나 자리 잡는데 시간과 노력이 든단다. 걱정 마, 너희들이 내일 다 잊어도 선생님은 처음인 것처럼 다시 설명해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