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해외 혼자여행-6. 또 다른 여행 친구, 드로잉

콘서트로 설레고 그림으로 깊어질 준비

by 케이론

​언젠가 자유롭게 여행하며 그림을 그리는 장면을 꿈꿔왔었다. 드로잉 여행은 내가 오랫동안 간직한 로망이었다. 식탁에 앉아 사진을 보며 그림을 그릴 때마다, 언젠가 길 위 어딘가에 털썩 앉아 그림을 그리는 나를 상상했다. 그 기회가 이번 여행으로 갑자기 온 것이다.

드로잉 여행까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들떴다. 집에 있는 미술용품에 여행에 적합한 것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평소 쓰던 재료들은 하나같이 무겁고 부피도 컸다. 7킬로그램밖에 못 가져가는 백팩 여행자에게는 치명적이다.

얼른 화방 사이트를 열어 가볍게 가져갈 드로잉북과 빈 고체물감 빠레트를 검색했다. 평소 a5 사이즈의 드로잉북을 많이 사용했는데 백팩에 넣기에는 좀 큰 것 같았다. 물감도 평소 쓰는 30색의 케이스는 무게가 제법 나갔다. 가볍게 가져갈 a6 사이즈의 드로잉북과 12색짜리 틴케이스를 찾아 얼른 주문했다.

도착한 물감케이스는 12색용이지만 작은 물감팬을 꽉 차게 넣으면 21색까지 넣을 수 있었다. 기존에 썼던 케이스에서 특히 많이 쓸 것 같은 색을 골라 케이스에 넣었다. 어떤 색이 마카오 풍경에 어울릴지 상상하다 보니, 케이스는 어느새 가득 찼다. 고민도 이렇게 즐겁다니.

수채화를 하려다 보니 일반 종이보다 수채물감이 잘 표현이 되는 드로잉북으로 골라야 했다. 그래서 고른 200그램짜리 하네뮬레 워터칼라북. 30매 정도로 두께도 적당했다. 300그램 전용지는 너무 두껍고 무거워서 여행용으로는 부담이었다. 도착한 a6 크기의 드로잉북을 보니 평소 쓰던 사이즈가 아니어서 유독 앙증맞게 보였다. 하지만 펼치면 양쪽으로 두 배의 공간에 그릴 수 있으니 충분했다.

어반스케치용 워터브러시를 챙기고 좀 더 선호하는 작은 붓도 하나 고른다. 작은 물통과 작은 파우치도 찾아 이 모든 설렘을 담았다. 착착 준비되니 나의 드로잉여행이 정말 다가온 느낌이었다. 머릿속의 나는 이미 세나도 광장에서 붓을 들고 있었다.

콘서트로 시작하여 나의 로망인 드로잉 여행까지 될 수 있다니 정말 신이 난다. 콘서트도, 그림도 모두 내가 온전히 좋아하는 세계다. 이러니 이번 여행이 설레지 않을 수가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