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해외 혼자여행- 7. 새벽 4시, 설렘과 함께 출발

이제부터 진짜 혼자 여행이다!

by 케이론

​드디어 마카오로 출발하는 날이 되었다.​ 사실, 잠을 거의 못 잤다. 어릴 적 소풍 전 날 밤처럼 말똥말똥했다. 일어나야 할 3시 반까지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렘이 각성제였나 보다. 3시 반, 너무나도 멀쩡하게 일어났다. 이미 싸놓은 보조가방과 백팩을 메고 집을 나섰다. 가방은 묵직했지만, 걸음은 어느 때보다 가벼웠다. 새벽 4시. 첫 차인 공항버스를 타러 버스정류장을 향해 집을 나섰다.

새벽인데도 공기가 후텁지근했다. 이상고온인 요즘 날씨의 잔기운이 진하게 남아있었다. 고요한 아파트 단지에서 움직이는 건, 늦은 귀가를 하는지 아파트로 들어오는 두어 대의 차와 걸어가는 나밖에 없다. 공항버스가 서는 정류장에도 마찬가지였다.

드디어 버스가 왔다. 미리 예약한 QR코드를 준비하니 기사님이 QR코드 리더기가 오류라며 수기로 확인해 주셨다. 물론 이 버스가 맞겠지만 혹시나 엉뚱한 버스를 탄 거 아닌가 괜히 불안했다. 버스회사가 맞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자리에 편안히 앉을 수 있었다.

공항까지는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이미 날아가버린 잠을 다시 붙잡기는 어려웠다. 이어폰을 꺼내려다가 이내 넣었다. 소리를 차단하기보다, 나의 오감으로 이 여정을 느끼고 싶었다. 순간순간 보이는, 들리는, 느껴지는 모든 감각들을 오롯이 새기고 싶었다.

정류장마다 공항으로 가는 사람들이 하나둘 탑승했다. 너무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좌석이 다 차지는 않았다. 커다란 캐리어를 가지고 타는 사람들, 아직 많지 않은 차들의 행렬 등 여행의 기운을 찬찬히 관찰했다.

공항이 가까워지고 있다. 이내 푸른 새벽의 하늘이 점점 맑아진다. 산 너머 붉은 기운이 푸른 하늘을 밀어내고 세상의 색을 다시 돌려주었다.

버스는 인천대교를 건너 공항에 도착했다. 창문밖으로 보이는 공항엔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이렇게 여행 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새삼스럽게 느꼈다. 가족, 친구, 연인 등 다양한 무리들이 공항 곳곳을 채우고 있었다. 수없이 많은 다도해의 섬들 같다.


종이 항공권을 따로 발부해야 하는 항공사라 발권데스크로 갔다. 따로 보낼 짐이 없으니 단출하다. 바로 출국장으로 갔다. 미리 등록을 하면 빠르게 절차를 지나칠 수 있는 스마트패스를 얼른 휴대폰으로 등록했다. ​그런데 내가 들어간 출국장 입구에는 스마트패스 줄이 없었다. 다행히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검색대에서 가방을 내려 검사받았다. 그런데 직원이 가방의 한쪽을 열고 손가락만 한 물건을 꺼냈다.

“아, 그거 작은 쪽가위예요.”

커터칼인 줄 알았나 보다. 직원은 뚜껑을 열어보더니 이 정도는 괜찮다고 하며 통과시켜 주었다. 혹시나 했는데 다행이었다. ​


출국심사까지 마치고 면세점이 있는 출국장으로 들어서니 비행기 시간까지 2시간이 넘게 남았다. 어차피 비행기 내에서 기내식을 먹을 거라 식당을 패스하고 게이트 앞 벤치에 앉았다. 내가 탈 비행기는 이미 앞에 와서 여러 가지 점검을 하고 승객들의 짐들을 싣고 있었다. 눈앞에 보이니 정말 실감 난다. 나 진짜 가는구나. ​



탑승이 시작되었다. 미리 좌석을 지정해 놓아서 창가에 앉을 수 있었다. 난 높은 고도에서 아래의 육지 풍경을 보는 걸 좋아한다. 이런 때가 아니면 세상을 이렇게 넓게 볼 기회는 좀처럼 없다. 거대한 도시조차 장난감처럼 작아진다. 그 안에서 복잡했던 모든 상황과 감정들도 작게 느껴진다.

휴대폰을 끄기 전에 가족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잘 다녀올게. 기다려줘서 고마워.‘

이 순간이 올 때까지 나의 시간을 묵묵히 지켜봐 준 가족들이 더 생각났다. 나의 역할을 나누어하고 여행이 더 즐거울 수 있게 많은 도움을 주었던 남편과 딸들. 딸이 선물한 라운지 이용권은 짧은 시간만 있기에 너무 아쉬워서 다음에 쓰려고 한다. 첫 번째 여행이 시작되자마자, 나의 두 번째 여행도 마음속으로 조용히 예약되었다.

”고 오오오. “

비행기가 속도를 내며 출발했다. 점점 멀어져 가는 땅. 이륙과 함께 묘한 해방감이 느껴졌다. 수평으로 나란히 지나가던 비행장 지평선과 저 멀리 산들이 각도를 벌린다. 도시와 일상, 걱정까지 아래로 점점 작아졌다. 나는 일상의 세계 위로 천천히 떠오르고 있었다.


어느 정도 고도를 올려 비행기가 안정되자 기내식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쇠고기 볶음국수와 후식, 그리고 커피. 너무 부담되지 않게 먹었다. 남이 해 주는 밥은 언제나 환영이다. 그리고 마음 편한 밥은 소화도 잘 된다.


마카오는 우리나라보다 1시간이 느리다. 한참 밖을 보다가 새벽에 나온 여파가 이제야 밀려오는 듯했다. 도착하자마자 일정이 이어져 있었다. 남은 시간 동안 한숨 자두는 게 좋을 것 같아 눈을 감았다. 사실 잔다기보다 눈의 피로를 조금이라도 풀기 위해 눈감고 있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거다.

”손님 여러분, 우리 비행기는 잠시 후 마카오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

기내 방송에서 마카오 도착이 가까워졌음을 알렸다. 창밖으로 보니 지도에서만 보던 마카오 땅이 보인다. 나의 첫 일정인 코타이 지역과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 마카오 반도다. 기다랗게 생긴 마카오 공항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림으로만 보던 무언가를 실물로 보는 감동이었다. 첫 해외여행이라 느껴지는 순간이리라.

드디어 비행기는 부드럽게 지면에 랜딩했다. 잠시 뒤 멈췄고 천천히 나섰다. 걱정보다 아직은 순조롭게 가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입국심사까지 마치고 드디어 마카오 공항 로비에 들어섰다.

아, 내가 드디어 혼자 해외에 왔다! 모든 절차를 혼자서 해결하면서!

하지만, 이 평온함은 오래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