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도 엉성한 첫 발걸음이야
야심 차게 힐링하겠다고 떠난 여행이 마카오 공항에 내리면서부터 예상치 못한 벽을 만날지 누가 알았겠는가.
바꿔 낀 유심이 작동하지 않았다. 혼자, 그것도 첫 해외여행인 내게 휴대폰은 생존 도구다. 인터넷이 없으면 모든 정보, 길, 번역, 일정이 무력해진다. 혹시나 해서 여러 번 껐다 켰다를 반복했지만 여전히 연결되지 않았다.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에라 모르겠다. 안되면 나가서 새 유심을 다시 사서 끼우지 뭐.’
계속 머무를 수가 없어서 우선 나섰다. 그런데 공항 밖을 나서는 순간 갑자기 연결되었다. 아 이게 뭐지?
다행이었고 이유를 따질 겨를도 없었다. 바로 호텔 셔틀버스를 타러 갔다. 이미 공항에서 내린 많은 사람들이 셔틀버스 정류장에 모여있었다. 한참을 둘러보다 탈 버스의 위치를 찾았다. 덥고 습한 마카오의 공기가 이제야 느껴졌다. 물을 안 마셔도 물고기처럼 수분 흡수가 될 것 같은 습도.
도착한 호텔 근처. 공연장으로 알고 있는 ‘갤럭시 아레나’ 위치를 구글 지도로 보면서 찾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콘서트장 근처면 분위기가 밖에도 느껴질 텐데 사람도 없고 너무나 조용하다.
호텔 직원에게 다급히 물었다.
“ ’ 갤럭시 아레나‘ 콘서트홀이 어디예요? “
”이곳은 콘서트장이 아니에요.”
이게 무슨 말일까? 콘서트장을 내가 잘못 알고 있었다고? 지금까지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정보가 무너지니 초조해졌다.
급한 마음에 직원에게 티켓을 보여주니 ‘버웨’ 호텔로 가야 한단다.
‘버웨? 버웨라는 호텔이 있었나?‘
어색한 이름에 갸우뚱했지만 셔틀에 올라탔다. 그리고 버스 안의 안내판을 보는 순간, 알았다.
‘버웨‘는 브로드웨이 호텔이었고, 공연장은 그곳에 있는 브로드웨이 씨어터였다!
생각해 보니 콘서트 예매처였던 이름인 ‘갤럭시 아레나’를 공연장 이름으로 잘 못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 어이없는 실수에 헛웃음이 나왔다. 수시로 사이트에 들어가 티켓을 확인했더니 콘서트 장소를 사이트 이름으로 알게 된, 완전히 엉뚱한 착각을 하고 있었다. 멀리 마카오까지 왔는데, 정작 콘서트를 못 볼 뻔했다.
다행히 내가 탄 셔틀버스는 갤럭시 호텔에 도착했고 브로드웨이 씨어터는 그곳과 실내로 연결되어 있었다. 화려한 내부를 지나 호텔 직원에게 다시 물어 찾아갔다. 무거운 백팩을 메고 여기저기 다니니 온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드디어 콘서트 현수막이 보이기 시작했다.
“찾았다!”
1층으로 내려가 가득한 팬들 사이를 지나 티켓 부스로 향했다. 또다시 직원에게 물어 발권기계에 큐알코드를 넣으니 빳빳한 종이 티켓이 나왔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사운드체크와 그룹포토라는 베네핏 카드를 받아야 했다. 이리저리 확인 후 베네핏 카드까지 받아냈다.
이번 앨범의 마지막이었던 콘서트는 어느 때보다 더욱 감동 그 자체였다. 타지에서 언어의 필터 없이 마주한 내 아티스트, 무대 위에서 쏟아지는 에너지, 팬들의 열정적인 반응으로 벅찬 순간들이 이어졌다. 마무리인 베네핏 단체사진까지 알뜰하게 즐기고 나온 후 본 마카오의 야경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숙소까지 가는 것도 수월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는 패키지여행에 비해 스스로 해결해야 할 것들의 연속이다. 택시 승차장을 찾아 헤매었고, 기사님은 영어를 못 알아 들으셨고, 호텔 체크인에선 deposit(보증금)이란 기본적인 단어 뜻조차 생각이 나지 않아 번역기로 해결해야 했다. 잔액이 부족했던 여행용 통장 때문에 휴대폰 송금까지, 우여곡절 끝에 겨우 입실. 휴대폰이 없었으면 나는 마카오에서 바보가 될 뻔했다.
객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야 알았다. 하루 종일 먹은 거라고는 아침 기내식뿐이었다는 걸. 밤 10시가 되어가는 시각이라 문닫은 식당들이 대부분이었다. 결국 늦게까지 하는 햄버거 가게로 갔다. 딸이 알려준 카카오페이를 처음으로 이용해서 소중한 한 끼를 주문했다.
침대에 잠시 누웠는데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정말 긴 하루였다. 공항부터 공연장, 호텔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쉬운 게 없었다. 숨 돌릴 틈 없이 몰아치는 하루였다. 하지만 그만큼 깨어 있는 느낌이었다.
익숙한 고민이 아니라, 눈앞의 상황에 집중해야 했다. 가족도, 직장도, 상념도 떠오르지 않았다. 전혀 모르는 곳을 걸어 이렇게 온전한 현재를 느끼는 순간들. 그렇지, 진짜 여행은 이렇게 서툴고 엉성한 발걸음에서 시작되는 거겠지.
이 나이에 처음 해보는 일 투성이라 매 순간이 도전이었다. 젊었을 땐 이 정도 일이 대수였을까. 하지만 지금의 나는, 모든 게 낯설고 또 조심스러웠다. 어쩌면, 누군가의 ‘처음’은 다 이럴지도 모르겠다. 나이와 상관없이.
처음이라 어설펐지만, 모든 것이 새롭다는 건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다. 이 낯설고도 느린 여정에서 서툴게나마 나만의 방식으로 여행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러니, 내일도 맘껏 헤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