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해외 혼자여행 – 5. 2주 전에 가방 싸는 사람

소풍 같은 준비의 설렘을 지켜준 손길들

by 케이론


“여행이 언제야? “

남편이 묻는다.

”2주 뒤 일요일 새벽이야. “

”그런데 벌써 가방을 싸? “

그렇다. 아직 2주나 남은 여행가방을 신나게 싸고 있는 사람, 바로 나다. 마치 내일 소풍을 앞두고 가방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는 아이처럼.

여행이 결정되고 나서 먼저 벽장을 뒤적거려 백팩을 찾았다. 6년전, 언젠가 이것만 매고 가리라하며 구입했는데 드디어 빛을 보게 된 것이다. 그리고 다이소에서 사 온 용품들을 탁자위에 잔뜩 늘어놓고 여행용 파우치에 정리해서 넣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유튜브로 마카오 여행 후기를 보고 인천공항 이용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찾아보았다. 여러 번 보다 보니 공항 시뮬레이션을 하듯 머릿속에 ‘출국 루트‘가 그려지는 느낌이었다. 아직 떠날 시간은 많이 남았는데 내 마음은 이미 여행 중이었다.

한동안 번아웃이 계속되면서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직장에 다녀오면 그저 식탁에 앉아 멍하니 앉아 현실을 잊기 위한 영상만 반복해서 보았다. 빨래나 청소 등 집안일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식사준비도 간단히, 때로는 넘기기도 했다. 내 역할을 못해서 느끼는 미안함보다 나의 힘듦이 더 컸다.

여행을 결정한 후 약간의 의욕에 불씨가 댕겨지면서 조금씩 일상에도 그 영향이 가기 시작했다. 다이소에 다녀온 날, 기분이 한결 좋아져서 면을 삶고 여러 야채들을 썰어 야채냉면까지 만들어 가족들과 함께 먹었다. 오랜만의 요리 같은 요리를 했다. 사소하지만 확실한 변화가 느껴졌다.

말하기조차 버거워 그저 식탁 앞에 멍하니 앉아 있던 내 앞을, 남편은 부지런히 지나다녔다. 남편은 조용히 설거지를 하고 분리수거를 했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렸다. 주말이면 요리는 못하지만 맛있는 맛집에서 가족들이 좋아하는 부대찌개나 뼈해장국을 포장해 와서 끼니 걱정을 덜하게 해 주었다. 다그치지 않고, 말없이 기다려준 시간들을 다시 생각하니 고맙다. 그 침묵이 배려였음을 알고는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외면하고 싶을 정도로 버거운 시간이 지나서야 그 배려가 제대로 느껴졌다. 딸들도 말이 없는 나에게 다가와 이런저런 말을 일부러 걸어주고 가족 단체SNS방에 이런저런 소소한 일들을 올린다. 마카오에 다녀온 경험이 있는 딸들이 맛집과 갈만한 관광지를 알려주고 링크주소를 보내준다. 내가 알지 못하는 편한 방법이나 앱들도 추천해 주면서 내가 편하게 여행 다녀올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가족들은 내 침묵의 벽에 조심스럽게 노크하면서 회복의 균열을 일으켜주고 있었다.

처음에 그저 ‘혼자’ 떠나고 싶은 마음이 커서 마음먹었던 여행이었다. 돌아보니 가족들의 많은 손길이 함께 했다는 게 보인다. 처음은 나의 용기로 시작되었지만, 부드럽게 가능해진 건 주변의 손길의 힘이 크지 않았나 싶다. 충분히 설렐 수 있게 다른 신경 쓸 것들을 그들이 묵묵히 도와준 것이다.

난 아직 혼자여행 연습생이지만, 부담스럽지 않게 함께 해 준 가족들의 힘으로 그 첫발을 다른 걱정 없이 설레게 내딛을 수 있을 것 같다.

출처-핀터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