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빛을 함께 보는 법
비밀보장( 줄여서 비보)을 아는 사람 손?
산책할 때 이어폰을 쓰지 않는 내가 유일하게 듣는 몇 개 중 하나다. 비밀보장(줄여서 비보)은 개그맨 송은이 씨와 김숙 씨가 진행하는 팟캐스트다. 나는 두 사람의 유머와 따뜻한 진행을 좋아한다. 나는 오래된 비보의 땡땡이(비밀보장 청취자의 애칭)다.
고민상담으로 들어온 사연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해결을 위해 지인과 전화를 연결하기도 한다. 시원한 웃음소리와 개그 포인트도 재미있고 다양한 사람들과 꾸밈없이 자연스럽게 전화 통화하는 목소리로 편안한 산책길의 동무가 되어 준다.
2020년 2월의 방송.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전 국민이 힘든 시기였다.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오스카상 4관왕을 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들썩했던 날이기도 했다. 소식을 듣자마자 김숙 씨는 절친인 장혜진 배우에게 전화통화를 시도했다. 장혜진 배우는 ‘기생충’ 출연배우로 아카데미 시상식 참석 중이었다.
“숙아, 니 봤나? 이게 웬일이고!”
구수한 부산 사투리와 함께 들려온 흥분된 목소리. 장혜진 배우의 감격스러운 첫마디였다. 두 사람은 친구의 희소식에 연신 환호를 보냈다. 있는 그대로의 들뜬 마음을 마구 뿜어내었다. 김숙 씨의 축하하는 기쁨은 이어폰 너머로 넘쳐났고 송은이 씨는 눈물까지 난다고 했다. 그 순수한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온몸으로 축하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웃고 있던 내 눈에서도 눈물이 고였다. 기쁜데, 눈물이 났다, 이상하게도.
김숙 씨는 오랜 기간 무명으로 열심히 살아온 장혜진 배우의 시간을 함께 지나왔다. 그 힘든 과정을 이겨낸 지금 들린 친구의 반가운 소식이었다. 장혜진 배우도 그런 친구에게 체면 따질 것 없이 순수하게 그 기쁨을 드러낼 수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의 순수한 우정이 참 보기 좋았다. 맘껏 기뻐하고 축하하는 두 사람 덕분에, 나도 그 자리에 함께한 듯 감격스럽고 행복했다.
사람들은 좋은 일이 생겨도 그 마음을 다 표현하지 못한다. 시샘이 두렵고, 비교가 무섭다. 또 친구에게 좋지 않은 일이 있을 때는 상대적으로 눈치가 보여 말을 삼키기도 한다. 도리어 힘든 일, 슬픈 일은 위로받기가 쉽다. 힘든 일이 있는 친구를 만나 위로의 말을 하고 함께 눈물을 흘리는 시간도 필요하다. 그래도 친구들에게 좋은 일이 더 많았으면 한다.
나는 김숙 씨처럼 친구의 기쁨에 눈물 흘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진심으로 축하하고, 또 그렇게 축하받는 순간—그게 어쩌면 우리를 서로의 빛으로 만들어주는 일 아닐까. 내 친구들에게 좋은 일이 많이 생기길 바라며, 나 역시 옹졸한 마음 없이 내 삶을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