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그림 성장기 9 -내가 이런 행동을 하다니

절실함이 용기를 가져온다

by 케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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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 뭔가에 절실함을 가지고 끝까지 파는 성격이 전혀 아니다. 열정을 다해 뭔가를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하다못해 임용고시 공부할 때도 최선을 다했다고는 말 못 한다.


하지만 그림에 관해서는 예외였나 보다. 그릴수록 뭔가 갈증이 났다. 혼자 알아가는 속도에 답답증이 생겼다. 더 잘 표현하고 싶다는 절실함으로 혹시 연필초상화를 배울 곳이 없는지 카페에 글을 올려 보았다. ​


“우와, 정말 대단하세요.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그림으로 와닿아요.”

“저는 아이들을 그리는 게 좋더라고요. 사랑하는 사람을 오래 바라볼 수 있다는 게 좋아요. 혹시 연필초상화를 배울 수 있는 곳이 있을까요?”

“00님이 초상화 강의 나가시는 걸로 알아요.”

“직장 다니면서는 곤란하겠죠?”

“낮이라 그렇겠네요.”

“그래도 알아봐 주셔서 감사해요”​


한 회원분께서 알려주신 연필화 작가님이 운영하시는 강좌는 주중에 이루어졌다. 그리고 꽤 멀리 있는 곳이었다. 출근하던 내가 할 수 없는 상항이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 아쉬웠다.


그런데 그 조언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무슨 용기였을까. 나는 무엇에 홀린 듯 일면식도 없는 그 작가님이 운영하시는 카페에 가입을 하고 다음과 같이 게시글을 올렸다.





와! 작가님께서 답변을 주셨다. 무턱대고 청강에 대한 희망도 담아서 올렸는데 이런 절실한 마음을 알아주셨는지 허락해 주신 것이다. 바로 작가님께 쪽지를 보냈다.





단연코 나는 이런 사람이 전혀 아니다. 남에게 뭔가를 부탁하는 것이 참 어려웠던 나에게는 엄청난 용기였다. 더욱이 실례가 될 수도 있는 부탁이었다. 그런데 작가님께서 흔쾌히 청강에 대한 허락을 해주신 것이다! 청강이라니! 그림 그리는 과정을 볼 수 있다니!


청강하러 가는 날 어찌나 떨리고 설레던지. 강사님은 반갑게 맞이해 주셨고 뒤에서 다른 수강생분들의 수업을 볼 수 있도록 해주셨다. 강의를 하시고 연습하는 수강생들의 그림을 하나하나 봐주시는 모습에서 나 역시 함께 배웠다. 과정을 본다는 게, 배운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게 되었던 감사한 시간이었다. ​


이후로도 카페에 내 그림을 올리면 작가님께서 자세한 피드백을 알려주셨다. 그렇게 고쳐나가면서 점점 정교해지는 내 그림들을 볼 수 있었다. 찰필을 사용하거나 부직포로 피부톤을 부드럽게 문지르는 등 알지 못했던 기법들도 알려주셨다. 작가님도 점점 발전해 나가는 나에게 용기의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


그렇게 한 달여 지난 어느 날, 작가님이 말씀하셨다.

“이번 2월에 우리 수강생들 작품으로 작은 전시회가 있는데 정선생님도 출품해 보는 게 어때요?”

“아이고, 제가 무슨 전시회를요.”

“아니에요. 충분히 전시할만해요.”​


전시회라고? 내가?

그렇게 얼떨결에 전시회라는 걸 참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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