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그림 성장기 8 - 그림의 힘

대상 다시 바라보기

by 케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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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그림 선물로 고무된 나는 내가 회원으로 있던 sns에 아이의 연필초상화를 그려드리겠노라고 호기롭게 글을 올렸다. 그리고 수없이 울리는 댓글 알람소리. 이렇게 많은 분들이 그림을 원하셨다니 난 생각지도 못한 반응에 좀 당황했다. 미리 공지한 대로 2살 막내의 손을 빌어 제비 뽑기로 정했다.


그렇게 완성한 아이들.(아이들의 초상권을 위해 블러처리했습니다)


선정된 분들께 이메일로 받은 사진들을 보면서 정성껏 그렸다. 재능기부의 책임감도 있고 아이들이어서 더욱 그랬다. 그동안 해보았던 다양한 기법을 활용해서 아이들의 모습을 완성해 나갔다. 남매의 그림을 원하셨던 분이 보내주신 2개의 사진을 합성해서 하나의 그림으로 두 아이를 완성하기도 했다. 배경에 대한 고민도 하면서 어설픈 실력이나마 아이들의 모습을 초상화로 즐겁게 보실 분들을 생각하며 열심히 그렸다.



세 번째 아이는 돌을 맞이하여 돌잔치 테이블에 놓을 사진이라고 하셨다. 까맣고 동그란 아이의 눈이 잘 드러나도록 정성을 들여 그렸다. 나중에 그림을 받으신 후 돌잡이 테이블에 올려놓은 초상화 그림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주셨다. 너무 좋았다면서 기념품을 보내드리고 싶다는 말씀까지 하셨다. 안 그러셔도 된다고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마음만큼은 따뜻하고 뿌듯했다.


마지막 아기도 돌사진이었다. 겨울이었는지 털옷과 털모자를 입고 있는 사진이었다. 그릴 때 가장 고민이 많았던 그림이었다. 얼굴도 아기의 깨끗한 모습이 잘 드러나게 그리고 싶어 신경 썼다. 특히 맑은 눈 표현. 하지만 털실 느낌을 표현해 본 적이 없었다. 처음 그리는 거라 고민하면서 조금씩 표현하려 노력했지만 보내드릴 때까지 뭔가 마음의 미완성으로 남았던 그림이었다. 조금 아쉬운 마음을 남기고 그림을 보냈다. 그리고 답장이 왔다.


‘오늘도 아이 때문에 힘들어 지친다 생각한 와중에 선생님의 그림을 받았네요. 너무 멋지게 잘 그려주신 아이의 그림을 감탄하면서 보았어요. 그러다 까맣고 맑은 아이의 눈을 한참 바라보다 울고 말았네요. 이렇게 예쁜 아이에게 제가 뭔 생각을 했던 건가요.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였다는 걸 육아에 지쳐 잊고 있었네요.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다시 아이를 사랑하면서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아요. 힘들 때마다 선생님의 그림을 보면서 아이의 사랑스러움을 떠올릴게요.’



아이는 어려서부터 아주 까칠한 성격이어서 잠도 잘 안 자고 잘 안 먹어서 너무 힘들었단다. 그래서 가끔 짜증도 내고 아이 때문에 힘들다는 생각도 했었단다. 그렇게 육아의 일상에 찌들어 갈 때 이 그림의 아이를 보니 처음 아이를 보았을 때의 감정, 아이로 인해 행복했을 때의 감정이 떠올랐다고 한다. 소중했던 아이의 순간을 다시 떠올렸다고.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주었다고 고맙다고.


나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내 그림을 보고 울었다니. 아이의 순수함을 표현하고자 노력했던 정성이 통했던 걸까? 그림을 통해 매일 보는 아이를 새삼스럽게 다시 보게 되었다는 말. 단순히 재능기부의 기쁨을 넘어 그림 선물의 힘을 느끼게 해 준 순간이었다.


그림의 힘. 그림은 대상을 다시 보게 하는 것 같다. 그리고 낯설게 보도록 기회를 준다. 평소 지나치던 장면, 내 옆의 사람, 익숙한 풍경들을 그냥 지나치다가 이렇게 그림으로 보면서 평소 지나치면서 깨닫지 못했던 소중함이나 새로움을 발견하게 된다. 항상 내 옆에 있는 사랑스러운 아이 그림이었으니 그 소중함에 대한 감정이 얼마나 컸을까. 그림의 힘을 아기의 어머니로부터 느꼈다. 그림의 힘을 그 후로도 계속 느끼고 있다.


그림으로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경험을 한 나는 더욱 잘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털 표현처럼 경험하지 못한 부분은 혼자 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어떻게 하면 더 잘 그릴 수 있을까?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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