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전시회를 하다니
https://brunch.co.kr/@finename/69
그렇게 나 같지 않았던 나의 무모한 용기로 연필화작가님을 알게 되었고 이후로 그리는 그림들을 동호회 카페에 올리면서 많은 피드백을 받았다. 서서히 그림은 정교해졌다.
어느 날, 작가님이 말씀하셨다.
“전시회에 함께 참여하시죠.”
“제가요? 제가 무슨 전시회를…”
“아니요. 충분히 하실 만해요. “
작가님이 운영하시던 강좌 분들이 한 학기를 마치면서 하시는 전시회에 나도 함께 참여하자는 말씀이셨다. 혼자 끄적이던 걸 내보인다니 너무나 부끄럽고 자신 없었다. 하지만 작가님은 끊임없이 용기를 넣어주셨다.
“그럼, 한번 해 볼게요!”
그렇게 내 생애 최초의 전시회를 하게 되었다.
전시를 한다니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우선 혼자서 연습 삼아 사부작거리던 그림들로는 내놓기 자신이 없어 전시회용 그림을 마음먹고 그리기로 했다. 이전까지는 주로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을 그렸다면 전시작품은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도 아는 인물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인물을 정했다. 그렇게 정한 눈빛이 마음에 들었던 유승호.
스케치를 하고 밑색을 깔고 한 가지 연필이지만 차곡차곡 선을 깔고 색을 덮었다. 그 명암의 차이로 종이 위에서는 피부의 굴곡이 만들어지고 코 끝의 날카로움과 서늘한 눈빛으로 바뀌어 표현되었다. 계속 참고사진을 뚫어져라 관찰하고 그림으로 조금씩 옮기고 또 보고 옮기고 그 과정을 수없이 많이 다듬었다.
“머리카락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
“머리카락은 덩어리를 봐야 해요. 구역을 나누어 단순하게 표현하고 다시 디테일을 잡아가세요.”
도저히 머리카락의 덩어리를 표현하기 쉽지 않아 늦은 저녁 작가님의 허락을 받고 직접 여쭈러 가기도 했다.
“흰 셔츠의 구겨진 표현이 어렵네요.”
“하실 수 있어요!”
희기만 했던 셔츠의 구겨진 미묘한 표현이 어려워 조금 좌절하고 있을 때 작가님은 다시 용기를 주셨다. 그래, 하다 보면 어딘가에 닿아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조금씩 조금씩 나아갔다.
드디어 그렇게 완성한 그림!
가장 오래 관찰했고 조심스럽게 그려나갔고 가장 오랫동안 그린 나의 첫 전시작품이었다.
“셔츠가 그리기 어려워서 조금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잘 표현하셨네요. 그리고 그전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신 느낌이에요.”
작가님의 칭찬에 스스로가 대견스러웠다.
완성한 작품은 그림 동호회분들의 작은 전시장소로 함께 가져갔다. 작은 공간이었지만 그동안 열심히 그리셨던 동호회분들의 결실을 맺는 시간이라 다들 감격스럽게 지켜보고 있었다.
2010년 2월, 나의 첫 전시회 경험은 여러 영향을 주었다. 다른 사람에게 보일 수 있다는 용기와 그러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 한 단계 성장하는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내 그림에 대한 자부심, 뿌듯함, 그리고 쑥스럽지만 내 그림을 설명하고 표현하는 과정을 이야기하며 같은 관심사를 나누는 즐거움. 어쩌면 혼자 그리면서 느꼈던 외로움이나 막막함이 사라지는 듯한 멋진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