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갭리스 커뮤니케이션’이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

by 크리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브랜드와 크리에이터 사이에서 예상치 못한 간극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용하는 용어, 속도, 우선순위, 업무 방식 모두가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파인하랑이 말하는 ‘갭리스 커뮤니케이션’은 이 간극을 단번에 없애는 마법 같은 기술이 아니라, 작은 정보부터 주고받으며 벽을 낮추는 지속적인 소통 방식에 가깝습니다.

첫 번째는 사전 정보 습득입니다.
브랜드의 최근 이슈, 크리에이터 또는 아티스트의 활동 상황, 양측이 현재 어떤 환경에 있는지를 미리 파악하는 단계입니다. 이렇게 기본적인 맥락을 알고 들어가면 요청할 때도 불필요한 설명이 줄어들고, 상대가 어떤 속도로 반응할지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두 번째는 논의 이후 내용을 선제적으로 정리해 공유하는 일입니다.
회의나 콜에서 오갔던 이야기들을 상대방이 “정리해서 보내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요청하기 전에 기획 의도, 합의된 사항, 보류된 이슈, 다음 단계 등을 정리해 먼저 전달합니다. 이렇게 하면 각자 다시 해석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오해를 줄이고, 피드백 속도도 자연스럽게 빨라집니다.

세 번째는 정보의 단순 전달이 아닌 ‘조율 가능한 선택지’를 함께 공유하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요청이 브랜드 입장에서는 당연해 보일 수 있지만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는 작업 흐름을 크게 바꿔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 “이렇게 하는 것이 상대가 원하는 방향이지만, 당신의 상황을 고려하면 이런 형태는 어떨까요?”와 같이 조율 가능한 대안을 먼저 제시하는 방식이 갭을 줄이는 데 훨씬 효과적입니다 (반대로 입장을 전달할 때도 동일). 서로 조율하여 중간 지점을 찾아야 할 때, 상대를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거죠.

네 번째는 양측의 언어를 동일한 선상에서 조율하는 일입니다.
브랜드는 목적 기반의 언어를 사용하고, 크리에이터는 감각 기반의 언어로 접근한다고 보았을 때, 이 두 언어가 충돌하지 않도록 정리하며 같은 문장 안에서 합의가 가능한 지점을 찾는 과정입니다.

갭리스 커뮤니케이션은 결국 “말이 필요 없을 정도”가 아니라 “맥락과 정보가 충분히 오가는 상태를 만든다”에 가깝습니다. 정보의 농도가 충분해야 소통의 벽이 낮아지고, 프로젝트는 불필요한 수정 없이 더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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